미국등 이라크 1000억불 '잿밥'에 신경전

  • 입력 2003년 3월 26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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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전후(戰後) 이라크 복구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대 1000억달러에 이를 전후 복구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기타국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미 기업, 전후 복구 사업 주도=앤드루 내치오스 미 국제개발처장은 25일 보안상의 문제로 최근 이라크 복구 사업 입찰안내서를 대부분 미국 회사들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국제개발처는 이라크 도로와 항만, 병원을 비롯한 기반 시설의 보수 및 건설을 위한 8개 사업을 발주할 예정. 전문가들은 제2의 마샬플랜에 버금갈 이라크 재건비용은 250억∼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치오스 처장은 향후 하청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는 희망하는 모든 나라 업체가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혀 해외 업체 참여는 사실상 하청업으로 제한했다.

▽핼리버튼, 주요 복구사업 수주=핼리버튼의 계열사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BR)는 25일 이라크 유정 화재를 진압하고 이라크내 사회간접자본을 재건하는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핼리버튼은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2000년까지 5년간 대표로 있던 곳. KBR은 91년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 유정 화재 진화작업의 90%를 맡았던 바 있다.

일각에서는 체니 부통령이 이임시 계약에 따라 지금도 핼리버튼에서 임금을 받고 있는 점과 관련성을 의심하고 있으나 미 공병단은 "신속한 유정 화재 진화를 위한 KBR의 기술력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KBR의 주가는 2.68% 올랐다.

▽신경 곤두선 유럽=유럽 각국은 미국의 복구 시장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유엔이 이라크 전후 복구를 주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과 루이 미셸 벨기에 외무장관은 25알 "유엔이 이라크 재건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도 이날 "유엔이 이라크 전후 복구를 위임해주는대로 EU는 정치적 재건을 포함, 책임을 떠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에 반대해 온 유럽 각국이 수익성이 있는 복구 사업 참여와 별개로 순수 복구 비용을 얼마나 적극 부담할지는 미지수. 하이데마리 비초렉 초일 독일 대외개발지원장관은 25일 미국을 겨냥, "파괴자가 재건비용도 책임져라"고 말했다.

앨런 라슨 국무부 경제·기업담당 차관은 26일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를 찾아 이라크 전후 복구 비용 분담과 외교적 이견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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