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美-이라크 전쟁포로 TV방영 신경전

  • 입력 2003년 3월 25일 18시 44분


코멘트
미군 포로의 인터뷰 장면과 미군 시신 모습이 공개된 데 이어 24일 이라크 국영TV가 카르발라 전투에서 격추된 미 헬기 조종사 2명의 모습을 장시간 방영함으로써 전쟁포로의 인권 문제에 대한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연합군과 이라크군간의 지상전이 본격화되면서 전쟁포로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런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이라크 설전=애리 플라이셔 백악관대변인은 24일 “미군 포로들은 국제법상 제네바협약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며 “이를 어기는 사람은 국제전범으로 처벌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모하메드 사에드 이라크 공보장관은 “협약을 위반한 것은 투항한 이라크 병사들의 모습을 방영한 미국과 영국이다. 미군 포로 모습을 계속 방영하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라크 국영TV는 미 아파치 헬기 조종사 2명이 차를 마시는 모습을 5분간 방영한 뒤 이들의 신용카드와 텍사스주 운전면허증을 함께 보여줬다.

나지 사브리 외무장관은 “미군 포로들을 제네바협약이 아닌 이슬람 교의(敎義)에 따라 다루겠다”며 “우리는 블레어와 부시의 할아버지가 동굴에서 동물처럼 살았을 때 법률을 창조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법 위반 논란=국제기자연맹(IFJ)은 24일 성명을 내고 “특종 경쟁심이 윤리적 의무를 저해해선 안 된다”며 제네바협약 준수를 촉구했다.

프랑스 시청자위원회는 알 자지라 파리지사에 “국제지침을 따라 달라”고 주문했고, CBS를 제외한 미 방송사들은 미군 포로들의 인터뷰 장면을 방영치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로버트 허스트 캐나다 CTV 사장은 “이라크군 포로 장면을 방영한다면 미군 포로 장면도 방영해야 한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24일 미 국무부 브리핑 자리에서도 논쟁이 있었다.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이 “제네바협약을 위반한 미군 포로 장면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말하자 한 기자가 “이중적 기준 아니냐”고 반박한 것. 그러자 바우처 대변인은 “미군 포로를 카메라 앞에 세워 모욕과 대중의 호기심을 유도한 것은 이라크군이 투항하는 장면과 다르다”고 주장했고, 일부 기자들은 “이라크 병사가 몸수색을 당하는 장면이 방영된 건 실수였느냐”고 따졌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