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라크 치열한 심리戰]"어느쪽 말이 맞나"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51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그러나 쏟아지는 전황(戰況) 보도는 도무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기 어렵다.

사기 진작과 명분 확보를 위한 전쟁 당사자들의 심리전까지 가세하면서 오보로 판명되거나 여전히 진위를 알 수 없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오보는 아무래도 전쟁 보도를 주도하고 있는 서방진영 언론에 더 많을 수밖에 없다.

22일 미 국방부가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주둔 중인 8000명 규모의 이라크 51사단이 집단 투항했다고 밝히면서 ‘바스라 함락’이라는 제목의 외신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23일 이라크 51사단의 칼레드 알하쉐미 사단장은 알 자지라 방송에 나와 “나는 휘하 장병들과 바스라에 주둔 중”이라며 “집단 투항 주장은 적군의 심리전”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바스라에서는 지금까지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또 22일 “미 해병대가 이라크 남부의 최대 항구도시 움 카스르를 거의 장악했으며 적어도 200명의 포로를 붙잡았다”는 보도가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전해졌다. 그러나 곧이어 알사하프 공보장관은 “이라크군은 움 카스르 항구의 제 위치에 주둔해 있다”며 “연합군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반박했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도 23일 “연합군에 함락된 도시는 한 곳도 없으며 움 카스르에서도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에는 또 터키군 특수부대 1000여명이 무장 장갑차량을 이용해 이라크 북부로 이동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곧이어 터키는 이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미 국방부는 개전 초기 2, 3일간 “후세인 대통령은 죽거나 부상해 군 장악력을 상실했으며 미군은 특수 공화국수비대와 항복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해왔다. 가장 충성도가 높은 공화국수비대마저 항복하려 한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러나 23일 이라크 국영TV는 군복을 입고 미소를 띤 후세인 대통령이 보좌진들과 전시 내각을 열고 있는 모습을 내보냈다.

반면, 23일 아랍계 방송인 알 아라비아 위성TV는 미군 103명이 나시리야 전투에서 전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군은 연합군 전사자가 12명이라고 발표했다.

또 아랍계 최대 방송인 알 자지라는 23일 “이라크군이 바그다드 상공에서 연합군 전투기를 격추하고 2명의 조종사를 생포했다”며 수색 장면까지 생방송했다. 그러나 연합군측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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