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86세 코끼리 숨져…태평양전쟁 때 日軍에 징용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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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과 중국 내전을 체험해 ‘현대사의 증인’으로 불려온 대만 타이베이(臺北) 시립박물관의 코끼리가 26일 86세(추정)로 숨져 대만인들이 애틋한 추모의 정을 보내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7일 전했다.

‘린왕(林旺) 할아버지’로 불려온 이 코끼리는 퇴행성관절염과 심장이상 등이 발견돼 자연사했다.

같은 종류 코끼리의 평균 수명이 60세인 데 비해 장수를 누린 이 코끼리는 초년과 중년에 갖은 고생을 했다. 미얀마 정글에서 태어나 평화롭게 지내던 린왕은 미얀마를 침략한 일본군에게 ‘징용’돼 포탄과 식량 등을 나르는 ‘군용 트럭’ 노릇을 했다.

1943년 영국의 요청을 받고 중국 국민당 장제스(蔣介石) 군대가 미얀마로 진공하자 일본군은 숲속에 ‘코끼리부대’를 내버리고 달아났다. 중국군은 린왕을 비롯해 13마리의 코끼리를 전리품으로 챙겨 1000㎞ 떨어진 광둥(廣東)성까지 데려갔다.

혹독한 행군 과정에서 8마리가 숨졌다.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전황이 불리해진 국민당은 1947년 타이베이섬으로 린왕을 옮겼다. 린왕이 타이베이 동물원에 정착한 것은 1954년.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지만 린왕은 이곳에서 대만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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