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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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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의 시아파 반체제 단체인 ‘이라크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가 최근 5000여명의 무장병력을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파견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Sciri 지도자 아야톨라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의 지휘를 받는 이 부대는 이란 정예 혁명수비대에서 훈련과 장비를 지원받으며 사실상 이란 정부를 대리하고 있다.
이란의 한 고위관리는 “하킴 부대의 이라크 진입은 방어용으로, 이라크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민무자헤딘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이 신문은 전했다.
이란 정부는 즉각 이를 부인했지만 보도가 사실일 경우 연쇄적으로 이라크 안팎을 긴장시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과 맞물려 또 다른 역내 불안정 요인으로 부상할 전망.
쿠르드족(북부)-이슬람 수니파(중부)-이슬람 시아파(남부)로 3분돼 있는 이라크 내 복잡한 민족구성 탓에 자칫 ‘민족청소’를 야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이 시아파 종주국임을 감안하면 제2의 이란-이라크 전쟁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파병은 쿠르드족의 독립을 노리는 이라크 동북부의 친(親) 이란계 ‘쿠르드 애국연합(PUK)’의 지원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이라크 북부의 또 다른 소수민족인 투르쿠먼과 인접국 터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투르쿠먼은 핵심 석유산지인 키르쿠크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고, 터키 역시 이라크 접경 지역에 군대를 보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란인들이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이 이라크 북부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매우 심각하고도 안정을 깨뜨리는 것인 만큼 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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