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과서 난징 학살자數 삭제 파문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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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일본군이 중국 난징(南京) 침략시 저지른 대학살 사건에 관한 일본 교과서 내용이 역사적 사실을 호도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6일 산케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최근 야마가와(山川) 출판사가 고교 역사교과서에서 난징사건 피해자 규모에 관해 ‘40만명이란 설도 있다’는 표현을 자진 삭제하고 애매하게 ‘다수의 중국인’이라고 표현하겠다는 수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출판사의 이 같은 자진 삭제는 대학살 사실을 부인하는 우익단체 등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가와 출판사는 지난해 초 문부성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는 ‘점령 후 1개월여 동안 일본군은 난징시내에서 약탈 폭행을 거듭해 다수의 중국인 일반시민(부녀자 포함) 및 포로를 학살했다. 희생자 수에 관해서는 수만명에서 40만명에 이른다는 설도 있다. 또 외무성에는 점령 직후부터 난징의 참상이 전해졌다’고 기술했었다. 이는 그전 교과서보다 상세하게 기술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그간 일제침략 사실을 역사 교과서에 기술하는 것을 ‘망국사관’이라고 주장해 온 우익단체들이 월간지 등을 통해 이 출판사의 역사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결국 야마가와 출판사는 희생자 수에 관해 ‘다수’라는 기존의 애매한 표현으로 후퇴하고 학살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도 기존의 ‘함락후 난징시내’란 표현을 ‘난징 함락 전후 난징시내외에서’로 바꿨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전범을 처벌하기 위해 이뤄진 도쿄 재판 당시 난징 사건 피해자는 20만명 이상이란 것이 사실로 인정된 바 있으며 중국은 30여만명으로 공식 파악하고 있다.

중국은 과거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난징대학살’이란 표현이 ‘난징학살’로 바뀐 것만 놓고도 크게 반발했던 만큼 이번 조치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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