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强 英-佛-獨 끝없는 불신-경쟁

  • 입력 2003년 2월 5일 18시 26분


《지난해 유럽은 역사적인 유럽연합(EU) 확대에 합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꿈꿔온 ‘하나의 유럽’에 성큼 다가서는 듯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이제 유럽의 분열은 끝났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불과 두 달도 채 못 돼 EU는 대(對)이라크전 개전을 둘러싸고 극심한 분열상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 3강’ 가운데 독일 프랑스가 개전 반대를, 영국이 찬성을 외치면서 내홍(內訌)이 깊어가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벨기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4일 프랑스 북부의 해변 휴양도시 르 투케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지난해 10월 EU 정상회의에서 농업보조금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는 바람에 정상회담까지 연기했던 두 사람이었다.

주의제는 당연히 대이라크전. 블레어 총리는 독일과 함께 ‘이라크 전쟁 반대’를 고수하는 시라크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으나 시라크는 요지부동이었다. 시라크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아직 (이라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블레어 총리는 “친한 사이에도 이견은 있을 수 있다”며 설득에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같은 날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독일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독일이 어떤 경우든 전쟁에 불참한다고 천명, 유럽 공동정책 형성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유럽 분열의 책임은 독일이 아니라 개전 지지성명을 발표한 8개국에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EU 회원 및 가입 예정 8개국 정상은 기습적으로 전쟁지지를 동시에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전쟁에 반대해 온 독일과 프랑스는 물론 EU 임시 의장국인 그리스와도 아무런 상의가 없었다.

8개국의 지지선언은 물론 미국을 의식한 행위였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이 최근 프-독 우호조약 40주년을 맞아 서로 장관을 교환근무(장관 스와핑)하게 할 정도로 관계가 긴밀해지자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들의 견제심리가 발동했다는 시각도 많다.

보다 근본적인 분열 이유는 유럽통합에 대한 프랑스 독일 영국간의 시각차에 있다고 유럽 언론은 분석했다. 프랑스 독일은 ‘유럽의 독자성’을 강조하며 유럽통합을 견인해 왔으나 영국은 친미(親美) 전통을 유지하며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EU는 최근의 분열상을 극복하기 위해 이달 중순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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