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인터넷 자살 생방송

  • 입력 2003년 2월 5일 14시 33분


"난 황홀경으로 빠져들고 있어."

"(약을) 더 삼켜봐." "한 알만 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의 컴퓨터 기술자인 브랜든 베다스씨(21)는 지난달 12일 새벽 '리퍼'라는 가명으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채팅방을 개설했다. 그리고 발가 벗은채 마리화나와 각종 약병을 옆에 쌓은뒤 웹카메라를 켰다. 자신의 자살장면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 위해서였다. 곧 12명이 채팅방에 들어왔다.

"리퍼, 한 알 더 먹어봐. 네가 쓰러질지, 더 견딜 수 있을지 궁금해 죽겠어."

시간이 흐르면서 채팅 참가자들은 마치 컴퓨터 게임 주인공에게 지시하듯 다그쳤다. 리퍼는 합성마약진통제 등 자살용으로 쓰이는 약을 계속 삼켰다.

채팅이 시작된지 1시간 2분만에 리퍼는 벽에 머리를 부딪히며 쓰러졌다. 채터들은 "너무 부채질한거 아냐"는 등의 말을 주고 받으면서 공포에 휩싸인채 황급히 로그아웃했다. 베다스씨는 14시간후 숨진채 발견됐다.

평범한 약물자살로 여겨졌던 그의 죽음은 최근 채팅기록 등이 발견되면서 충격을 던졌다. 유족들은 채팅 참가자들을 자살방조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확고한 결심을 하고 약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 등 외신들은 4일 "인터넷 자살이 처음으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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