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피아 '산업 쓰레기 장사'

  • 입력 2003년 1월 19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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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마피아가 ‘쓰레기’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허술한 법과 비효율적인 감독의 허점을 이용해 환경범죄에 뛰어든 마피아들로 인해 이탈리아 전역이 독극물 처리장이 돼버렸다고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가 유럽판 최신호(27일자)에서 전했다. 독성 산업쓰레기 사업이 이탈리아 ‘환경마피아’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다는 것.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마을인 움브리아에서 한 농부가 1999년 봄 비료를 사러 소매점에 갔다. 점원이 새 비료로 바꿔보라고 권해 일단 550㎏을 무료로 써보기로 했다. 농부는 비료로 위장된 독성폐기물을 밀과 옥수수 위에 뿌렸다.

검찰은 비료로 속여 폐기물을 팔아온 혐의로 쓰레기 처리업체 에코베르데사(社) 소유주를 기소했다. 에코베르데의 변호사측이 ‘증거 없음’을 주장해 사법처리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폐기물 처리를 맡긴 고객들이 증언을 안 하기 때문.

이 같은 이탈리아 쓰레기 처리업체의 약 30%는 마피아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다. 운반비를 빼고는 별 비용이 들지 않아 수입은 고스란히 이윤으로 남는다. 불법 폐기물 사업의 연간 시장규모 추정치는 무려 70억달러.

합법적으로 독성폐기물을 처리하려면 ㎏당 1달러가 들지만 환경마피아들은 10분의 1 가격에 처리해준다. 합법적인 쓰레기 처리업체는 줄도산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현재 이탈리아 전국에 4000여곳의 불법 폐기장이 있었으며, 이 중 705곳에는 맹독성 물질이 버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1100만t의 산업폐기물 중 30만t은 맹독성 물질. 모두 정화하려면 수조달러가 든다.

마피아들의 보복을 걱정해 신고나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부 지방정부는 마피아에게 뇌물을 받기도 한다.

95년 이탈리아 북서지방 피텔리 마을의 한 농부는 지방정부에 민원을 해도 효과가 없자직접 토질조사를 했다. 중금속과 다이옥신 수치가 기준치를 훨씬 웃돌았다. 협박에 시달리던 그는 총상으로 입원도 했다. 80년대부터 마피아는 이 지역에 독극물을 폐기하며 하루 평균 50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이곳은 ‘환경재해지역’으로 선포된 상태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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