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스에 ‘복수의 칼’

  • 입력 2003년 1월 17일 18시 04분



《워싱턴 포스트(WP)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의 공동지분을 빼앗아간 뉴욕 타임스(NYT)에 ‘복수의 칼’을 내밀었다. WP는 16일 NYT의 경쟁 신문인 월 스트리트 저널(WSJ)의 해외판에 자사 기사를 제공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

WP는 20개 해외지국, 25명의 특파원이 보내는 기사와 정치 기사 중에서 12건을 골라 WSJ에 무료로 제공하며 WSJ는 이중에서 2∼4건을 WSJ의 유럽판과 아시아판에 게재할 예정. 두 신문 역시 경쟁관계임을 감안해 WSJ가 WP의 특종기사를 베끼지는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다.

WP는 지난해 10월 IHT의 지분 50%를 6500만달러에 NYT에 매각한 뒤 해외시장에 재진출하기 위한 활로를 모색해 왔다.

미국 제외한 해외시장에서 영자지 발행부수 현황
신문발행부수
파이낸셜 타임스48만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24만부
월 스트리트 저널 해외판18만부

당시 도널드 그레이엄 WP 회장은 NYT가 IHT의 지분을 넘기지 않으면 IHT를 대체할 신문을 창간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받고 “엄청나게 망설였고 슬펐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파리를 근거로 한 IHT는 60년대 그레이엄 가문과 NYT의 설즈버거 가문이 공동 인수한 이후 30년 이상 양사의 기사를 나란히 게재함으로써 양 가문의 우정을 상징하는 매체였다. 동시에 WP로서는 NYT와 같은 급의 신문이라는 선전효과를 누려왔다.

WP의 레오너드 다우니 주니어 주필은 “IHT의 지분 매각 직후부터 WSJ와 접촉해 협상을 벌여왔다”면서 “이번 계약으로 세계의 독자들에게 기사를 제공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WSJ의 폴 스타이거 편집국장은 “이미 미국에서 가장 많은 150명의 해외특파원을 두고 있는 WSJ로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도움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WSJ는 지난해 아시아판과 유럽판의 광고수입이 31%, 27% 각각 감소하는 등 고전하고 있어 WP와의 제휴를 뜻밖의 원군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반면 NYT는 17일 양사의 제휴를 짤막하게 보도하면서 “해외 영어독자를 둘러싼 WSJ와 IHT, 파이낸셜 타임스(FT) 3사간 판매부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WP의 콘텐츠는 WSJ와 IHT 독자에게 매력적일 것”이라며 “FT가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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