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책상차지 암투'…절반이상 1819년부터 사용

  • 입력 2003년 1월 8일 18시 04분


미국 108대 의회가 7일(현지시간) 개원하면서 맘에 드는 책상을 차지하기 위한 상원의원들의 암투도 개시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7일 보도했다.

지정좌석이 없는 하원과 달리 상원의원은 100명 개개인별로 좌석 주인이 정해져 있다. 책상 가운데 절반 이상은 1819년 34달러씩에 구입한 오래된 것들(사진). 1900년대 들어 의원들이 기념 삼아 책상 서랍 안에 이름을 새겨 놓은 것이 책상의 ‘역사’가 되면서 저명한 선배들이 썼던 유서 깊은 책상을 서로 차지하려는 의원들의 다툼이 본격화됐다.

특히 남북전쟁 직전의 혼란기인 1850년 중재안을 제출해 주정부간 단결을 도모했던 ‘위대한 3인’ 헨리 클레이(켄터키), 대니얼 웹스터(매사추세츠), 존 캘헌(사우스캐롤라이나)이 썼던 책상이 최고의 인기품목이다. ‘캘헌 책상’은 해리 트루먼,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을 거쳤다.

지난해 11월 상원에 입성한 엘리자베스 돌 의원(노스캐롤라이나)이 공화당 대통령후보였던 남편 밥 돌 전 의원의 책상을 물려받으려고 우선 고르는 것은 인지상정 수준.

그러나 휴이 롱 전 의원(루이지애나)처럼 혈연을 이용해 캘헌 책상을 상원 의원을 지낸 아내(로즈)와 아들(러셀)에게까지 물려준 경우도 있다.

일부 의원은 법안 통과나 지도부 선출시 지지해 주는 조건으로 책상을 넘겨받기도 하고, 특정 책상을 독점하기 위해 상원 결의안까지 제출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실제로 상원 역사상 74년과 95년, 99년 3차례에 걸쳐 책상 소유권을 보장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74년 자신이 쓰던 ‘웹스터 책상’을 동료 의원을 위해 영구 소유권을 보장해 주려던 한 의원은 경쟁 의원들이 없는 틈을 타 결의안을 몰래 통과시키기도 했다.

20년 넘게 원하던 책상을 노리며 와신상담한 결과 동료 의원의 은퇴 당시 친분을 과시, 기회를 포착한 어니스트 홀링스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운 좋은 경우지만 많은 의원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의사당을 떠난다. 캘헌 책상을 50년 동안 노렸지만 끝내 얻는 데 실패한 미국 의회 사상 최고령 정치인 스트롬 서몬드 전 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대표적인 경우다.

섹스 스캔들로 가장 문란한 행정부를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 워런 하딩 전 대통령에 이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하차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상원 시절 쓰던 책상은 기피 대상. 이들이 썼던 책상은 지난해 고령으로 자진 사임한 공화당 보수파 거물 제시 헬름스 전 의원(노스캐롤라이나)이 최근까지 사용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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