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도같은 뱃살빼기族”…美誌 연말 운동 붐 꼬집어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00분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헬스클럽이 붐빈다. 잦은 연말 모임 탓에 늘어난 뱃살을 근심하는 사람들이 으레 새해 결심으로 운동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최신호(21일자)는 운동에 대한 현대인들의 집착은 특정 종교에 대한 광신도들의 태도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운동은 종교로서 손색없는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그 추종자들은 대부분 완벽한 몸을 갖고 있지 않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속죄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정기적으로 헬스클럽을 찾는다. 에어로빅 강좌에서처럼 강사에 선동돼 집단 무아지경에 빠지거나 몸매를 유지하는데 게을렀던 자신의 죄를 전문 트레이너에게 낱낱이 고해성사한다.

비만 인구 증가 추세를 볼 때 현대인에게 적당한 운동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완벽한 몸매에 집착한 결과 의욕 과잉으로 심신을 오히려 해롭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해마다 1월이 되면 운동 도중 허리나 목을 다친 환자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근육강화용 스테로이드제 과잉복용자도 속출한다. 극단적 완벽주의는 늙고 추해지기 전에 할복자살로 죽음을 택한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 같은 경우로 이어진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미국의 경우 헬스클럽 정기 회원이 전체 인구의 13%에 이를 정도인 최근의 이상 운동 열풍은 사회 변화에도 기인한다고 잡지는 설명했다. 여성 지위 향상에 치인 남성들이 남성다움의 상징인 근육 만들기에 몰리는데다 이혼과 별거가 늘면서 수시로 짝을 찾아 나서야 하는 현대인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몸매 유지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육체노동의 산물이었던 그을린 피부가 부의 상징이 된 것처럼 균형잡힌 몸매 역시 풍요로움의 표상이 됐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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