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얻는자, 세계를 지배한다”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26분


《인도양이 9·11 테러 이후 강대국들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계기로 인도양에서의 주도권 장악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고, 일본은 미국의 대(對)이라크전 후방지원을 명분으로 이지스함을 파견했다. 인도 러시아 중국은 미국의 해양패권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의 국제문제 전문 자매지 환구시보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인도양 특집을 보도했다.》

▽인도양의 전략적 가치〓“도버 해협과 지브롤터 해협, 수에즈 운하와 희망봉, 말라카 해협 등 5개의 열쇠를 얻으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영국 해군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금언(金言)이다. 인도양은 이 중 수에즈 운하와 희망봉, 말라카 해협 등 3개의 열쇠를 쥐고 있다. 전 세계 항구의 9분의 1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 해상물동량의 5분의 1과 석유수송량의 46.5%를 담당하는 전략적 생명선이다.

현재 중동의 석유 수송은 △페르시아만→희망봉→유럽, 북미 △페르시아만→말라카 해협→일본 △페르시아만→수에즈 운하→지중해→유럽, 북미 등 3개 루트로 이뤄진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중간에 가로막으면서 세계의 석유자원을 움켜쥘 수 있는 목줄이 인도양이다.

무한대에 가까운 해저자원은 인도양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의 해저매장량(수심 500m 이내의 대륙붕 기준)은 전 세계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전 세계 해저생산 석유의 34.6%가 페르시아만에서 채굴된다.

▽강대국들의 움직임〓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 중인 미국은 아라비아해의 전략거점인 디에고 가르시아섬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5440㎞ 떨어진 이 섬은 면적 44㎢에 3600m의 대형 활주로를 갖고 있어 B52, B1, B2 등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은 이 섬에 B52 10대와 B2 스텔스폭격기 6대, KC135와 KC10 공중급유기, 전투기 100여대 등 막강한 공군력을 배치한 상태.

미국은 이에 앞서 2000년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해상 병목인 예멘의 아덴항 기항권을 얻었고 아덴항 동쪽 소코트라섬에 전자정보 수집기지를 비밀리에 건설했다. 최근 미국이 스커드미사일을 실은 북한선박을 나포했지만 예멘의 항의를 받고 풀어준 것도 이 때문.

일본은 16일 집단적 자위권을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을 인도양에 파견했다. 이미 일본은 지난해 테러와의 전쟁 때 인도양에 파견했던 3척의 호위함과 2척의 보급함을 해상수송로 보호를 이유로 철수시키지 않고 있다.

인도는 현재 1척인 항공모함을 3척으로 늘리고 핵잠수함 5척과 디젤잠수함 75척을 새로 건조할 계획을 세우는 등 대양해군 건설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인도양에서의 자국 안보영역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소련 몰락 이후 중동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위축된 러시아는 전통적 우방인 인도와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통해 인도양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저지한다는 속셈이다. 이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4∼5일 인도를 방문해 300여항의 군사기술 협력 문건에 서명했다.

중국은 3월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 무상건설 공사에 착공함으로써 인도양 진출을 위한 첫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과 인도 군사전문가들은 과다르항이 유사시 중국 해군기지로 이용될 수 있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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