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이티드웨이 뉴욕주 북동부 지구 기부금 추이 | |
2001년 | 715만달러 |
2002년(추정) | 510만달러 |
캘리포니아에서 불치병 환자들을 위한 비영리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루이제 프랭클린은 12월에 들어서면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통상 12월이면 개인 후원금이 몰려 연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태라면 내년도 재정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기업에서 들어오던 후원금도 뚝 떨어졌다.
남부 플로리다 지역의 적십자사와 자선단체 유나이티드웨이는 후원금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기부금 받는 기간을 연장했다. 브로워드 카운티 구세군의 샐리 그레스 대변인은 “지난해의 저조한 기부금 실적을 회복하기는커녕, 올해의 상황은 더 안 좋다”며 “단체마다 현금 기부금이 지난해보다 15∼30%가량 적게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대의 폴 라이트 교수는 “지난해에는 9·11테러 이후 고조된 미국인들의 애국심이 사회적인 책임감을 자극해 연말에 기부 실적이 양호했지만 올해는 ‘내 코가 석 자’라는 심리가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불황에 직면한 기업들이 직원을 대거 해고하면서 전에는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던 중산층이 이제는 거꾸로 자선단체에 도움을 청하는 입장이 되기도 했다.
보스턴 푸드뱅크 운영자인 캐럴 티엔큰은 “예전에 함께 자원봉사를 하던 동료가 이제는 공짜 밥을 타러 온다”며 “빈민층이 아니면서 한 푼 아끼려고 푸드뱅크를 찾는 얌체족도 많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센터마다 최근 수개월간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40%까지 ‘공짜 손님’이 늘어난 반면 기업과 개인의 후원은 줄어 재정 압박을 심화시키고 있다.
식품 유통업체들도 전에는 자선단체에 기부하던 음식재료를 이제는 떨이상점을 통해 판매할 생각이다. 실리콘 밸리의 한 회사는 2000년에 무료 인터넷 대학 설립에 1억달러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당시 250억달러였던 회사가치가 기부를 약속했던 1억달러보다도 적은 9400만달러로 떨어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