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라크 ‘사찰 보고서’ 대립심화

  • 입력 2002년 12월 9일 18시 05분


이라크가 유엔에 제출한 대량살상무기(WMD) 실태보고서를 무시한 채 미국이 이라크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 무기사찰단과 별개로 이라크의 WMD 개발 의혹을 제기했고 유엔 무기사찰의 효과에 대해서까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반면 이라크는 거듭 “미국이 공격구실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 의혹 증거 가지고 있나〓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이 “이라크가 WMD를 개발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라크가 보고서를 유엔에 넘기기 이틀 전인 이달 5일. 그러나 백악관은 이라크 당국은 물론 한스 블릭스 유엔사찰단장이 “증거를 대라”고 요구했는데도 9일까지 함구하고 있다. 백악관의 함구가 길어지자 미 상원 내에서 “백악관이 유엔과 미국민에게 의혹 관련 정보를 공개할지를 곧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AFP 등 외신은 익명의 미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미국이 의혹을 캐고 있는 방향이 노출되면 적이 증거를 묻어버릴 수 있다”고 함구 배경을 보도했다. 이 고위관리는 의혹과 관련된 일부 증거는 사람들의 증언처럼 매우 ‘민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보고서 정밀 검토작업에 들어간 유엔 무기사찰단에 자체적으로 확보한 증거들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찰 폄하하는 미국〓이라크의 보고서가 미국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을 담고 있는지 불확실하다. 미국은 그러나 1만2000쪽의 보고서가 ‘이라크가 스스로 공개한’ WMD 개발계획에 한한 것이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공개된 개발 프로그램의 진위를 무기사찰단이 검증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이라크의 숨겨진 개발의혹을 파헤치지 못한다는 주장. 미 관리들은 따라서 이라크의 완전 무장해제를 입증할 책임이 사찰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측에 있다는 입장을 부쩍 강조하기 시작했다. 유엔사찰이 이라크측에 면죄부를 주는 상황을 미리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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