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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21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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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시대(19세기 말 미국의 공업화 시기)의 소득과 재산의 심각한 불평등이 사라진 1950년대와 1960년대의 미국은 실질적으로 중산층 사회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신(新)길드 시대에 살고 있다. 현재의 불평등 정도는 1920년대와 비슷하다.
잡지 포천에 따르면 직장인 평균 연봉(98년 달러가치로 환산)은 70년 3만2522달러에서 99년 3만5864달러로 10% 늘어났지만 100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평균연봉은 이 기간 중 130만달러에서 3750만달러로 늘어났다. 직장인과 CEO의 연봉격차가 1 대 39에서 1 대 1000 이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미 의회예산실에 따르면 79∼97년 고소득자 상위 1%의 세후소득은 157% 늘었지만 중산층의 소득은 10%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70년 납세자의 최고위 0.01%가 총소득의 0.7%를 차지했으나 98년엔 총소득의 3%를 차지했다. 최고부자 1만3000가구의 소득이 하위 2000만가구의 소득과 같다는 의미다. 이들 최고부자의 평균소득은 미국 평균 가구 소득의 300배다.
이 같은 빈부격차의 현황과 심화속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주제를 거론하면 계급갈등이라거나 ‘질투의 정치’를 한다는 비난이 돌아오기도 한다. 정치평론가 케빈 필립스가 ‘부와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경고했듯이 미국에서 정치가 되살아나고 민주주의가 쇄신되지 못하면 극단적으로 금권정치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항상 해법을 찾아왔다’는 낙관론은 과거처럼 중산층을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