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알카에다 동시 소탕”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8시 08분


빈 라덴 서명? - 알자지라AP연합
빈 라덴 서명? - 알자지라AP연합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로 미국의 대(對)이라크전쟁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발리 테러가 이라크의 위협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증거”라며 선제 공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반대파들은 “대이라크 공격보다는 대테러전에 먼저 집중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사례”라며 맞서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 저녁 “필요하다면 우리는 두 개의 전선(이라크와 알 카에다)에서 대테러전을 벌일 것”이라면서 “우리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알 카에다를 이용해 더러운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해 양자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도 “알 카에다에 대처할지, 이라크에 대처할지는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는 두 위협 모두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대테러전의 복잡성을 간과한 채 대이라크 군사공격에만 집중해 발리 테러가 터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

찰스 케네디 영국 자유민주당 총재는 “이라크 때문에 테러리즘에 맞서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이라크에만 집중하는 것은 어리석고 대단히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자 사설에서 “발리 테러는 대테러전을 끝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을 일깨워줬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15일자 사설에서 “대이라크전은 대테러전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두 개의 전선, 동시 구축’ 전략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 선제공격에 반대해 온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두 위협을 함께 섞어 대처하다 보면 이라크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대테러전의 효율성만 손상시킨다”고 주장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한 곳에 집중하면 다른 곳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다는 식의 주장은 사과를 오렌지에 비교하는 것(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뜻의 관용어)과 마찬가지”라며 일축했다.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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