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브라질 大選 1위…좌파대통령 탄생 “결선서보자”

  • 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10분


자신감에 찬 룰라 - 상파울루AP연합
자신감에 찬 룰라 - 상파울루AP연합
‘좌파 대통령’의 탄생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브라질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27일 2차 결선 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브라질 최고선거관리위원회(TSE)에 따르면 80% 이상의 개표가 완료된 6일(현지시간) 오후 좌파 브라질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후보(54)가 46.6%, 집권 연립여당 대표인 사회민주당(PSDB) 조제 세하 후보(60)가 2위인 23.8%를 얻었다.

노동자 출신인 룰라 후보는 일부 기업인과 중산층 유권자들의 전례 없는 지지에 힘입어 1차 투표에서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들이 나왔으나 좌파 집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대부분의 중산층이 막판에 고개를 돌렸다.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룰라 후보는 집권 여당의 자유시장 중시 경제정책이 빈곤 타파에 실패하자 서민층과 빈민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기세를 올려 왔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후보가 맞붙는 2차 투표에서도 룰라 후보가 세하 후보를 앞설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세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여서 결과를 단정짓기는 어렵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이 룰라 후보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브라질 화폐인 레알화의 가치도 최근 급락해 대세가 세하 후보쪽으로 기울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차 투표를 앞두고 있게 될 정당간 합종연횡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여개 의 정당과 정파 간의 연합 결과에 따라 득표 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도전이 네번째인 룰라 후보 또한 자신의 급진 성향에 대한 주위의 우려를 의식해 지난 2개월 동안 중도파에 가까운 입장을 보여 왔다.

중산층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국가채무불이행도 선언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과 맺은 300억달러 채무계약 조건도 준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일자리를 늘리고 빈곤을 해결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이 될 것이며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같은 포퓰리스트(인기 영합주의적) 개혁은 취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집권당 패배 원인 ‘레알貨 계획’ 실패▼


‘초(超)인플레는 잡았지만 경제 활력을 살리진 못했다.’

브라질 현 정부가 1차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데에는 곧 사회민주당 정권이 추진해 온 ‘레알(real)계획’의 실패가 한몫했다. 현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수 대통령이 재무장관을 맡았던 1994년 7월 전격 도입한 이 계획은 연 1만%가 넘는 초인플레이션 경제를 진정시키는 데는 효과를 보였지만 고금리 등으로 성장활력을 되살리는 데는 역부족이라 결국 브라질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 계획의 골자는 물가폭등으로 하루가 다르게 가치가 떨어졌던 당시 통화 크루제이루(Creuzeiro)를 ‘진짜 돈’인 레알로 바꾸고 미 달러화와 1대 1로 가치를 고정시킨 것. 또 △국영기업의 민영화, 사회복지 시스템 개혁 등 재정개혁과 △시장경제 활성화 및 ‘작은 정부’ 정책도 함께 추진됐다.

레알계획은 천정부지로 치솟던 물가상승률을 96년 15.8%, 97년부터 한자릿수로 묶는 데 성공함으로써 처음엔 국내외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예측 가능한’ 경제로 바뀌면서 성장률도 마이너스대에서 94년부터는 플러스대로 돌아섰다. 그러나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고정환율제와 고금리정책은 5년을 견딘 것이 한계였다. 레알화를 무리하게 떠받치다 보니 수출이 살아나지 못했고 고금리정책 역시 기업투자를 억누르고 지방정부 빚을 크게 늘려버린 것. 여기에 98년 아시아와 러시아에서 밀려온 통화위기론이 브라질로 전파되면서 외자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99년 1월 초 브라질 3대 지방정부인 미나스 제라이스주(州)가 부채 지불유예를 선언하면서 결국 1주일 뒤 큰 폭의 평가절하와 함께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 레알화는 이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2000년 4.5%→2001년 1.5%) 빈부격차 확대, 실업률 증가 등에 이웃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폭락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엔 달러당 3.9레알까지 떨어지는 등 폭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같은 경제불안이 결국 사회민주당 장기집권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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