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담배이어 이번엔 석면” 美 천문학적 배상소송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30분


천문학적인 액수가 걸린 석면피해 보상에 관한 초대형 집단소송이 24일 미국에서 시작됐다. 이번 재판은 원고가 수천명에 이르고, 보상요구액도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담배소송’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순회법정은 이날 5000여명의 소위 석면증(石綿症) 피해자들이 엑손 모빌, 다우 케미컬, 웨스팅하우스 및 유니언 카바이드 등 10여개 대기업을 상대로 폐암 등 질환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라는 집단소송을 받아들여 재판부를 배당했다.

대기업들은 이번 주 진행될 심리에서 석면 피해에 대한 자사의 입장을 변호하게 된다. 대기업들은 이번 재판에 맞춰 “수천명에 달하는 원고들의 피해사유가 제각각 다른 데 이를 하나로 묶어 진행키로 한 것은 위헌”이라며 상급법원에 탄원서도 내놓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휴회 중인 고등법원이 10월7일까지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예상했다.

당초 집단소송은 8000여건에 피소 기업이 모두 259개사였으나 이 가운데 상당수가 법정 밖 화해에 성공해 법정투쟁 규모가 크게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밖에서 타결된 보상액은 모두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법정 밖 타협에 응한 원고는 3000명가량인 것으로 추산됐다.

방송은 집단소송이 원래대로 진행됐을 경우 피해 보상액이 무려 2000억달러(약 240조원)에 이르러 피소 기업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도산 위기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제소됐던 기업 가운데 포드, 제너럴모터스, 다임러크라이슬러, 제너럴일렉트릭, 3M, 듀폰, 바이에르, 셸 및 하니웰 등은 법정 밖에서 보상 문제를 완전 타결하는 데 성공했다.

법정은 당초 석면 제조업체와 사용업체로 재판을 이원화할 계획이었으나 심리 전 타협하는 경우가 급증함에 따라 하나로 묶어 진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들은 70년대까지 각종 건설공사에 방화재나 단열재로 광범위하게 쓰인 석면이 암과 폐질환을 일으켜 피해를 봤다면서 석면 제조업체와 사용업체 등을 상대로 집단 제소했다.

90년대 후반부터 석면증 피해에 대한 소송이 14건 발생해 50여 기업이 파산했다. 미국 내 석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은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배소송’에서 재미를 본 수많은 변호사들이 엉터리 환자들을 양산해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김윤신 한양대 산업의학과 교수▼

김윤신 교수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일부 석면제품은 사용이 금지돼 있다. 70년대 일부 철골조 건물에서 단열용으로 시멘트와 함께 섞어 쓰던 스프레이용 액상(液狀) 석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건물의 지붕으로 사용되는 슬레이트와 자동차의 브레이크 라이닝, 개스킷에 쓰이는 백석면은 배합비율의 한도를 정해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단열재로 사용되고 있는 석고보드 등에는 석면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부터 서울시내 지하철에서 석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석면에 노출돼 병에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학계에서는 폐질환이나 암을 유발할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수십년 동안 계속 석면에 노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석면공장 근로자 가운데 일부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처럼 석면피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도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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