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이라크공격은 어떤 역사를 반복하나…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03분


(1)19세기 제국주의적 식민지전쟁

(2)20세기 2차대전후 소련과 냉전

만약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라면 ‘테러와의 전쟁’을 이끄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세기에 필리핀을 짓밟은 미국의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에게 가까울까, 아니면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 구도 아래 소련과의 대결축을 분명히 한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에게 가까울까.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24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19세기 미국이 필리핀을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스페인을 공격했던 제국주의와 대비하면서 미국의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경계했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미래의 위험’이라는 도덕적 명분을 내걸고 이라크 정권을 전복하려 한다. 19세기 필리핀 식민지화 작업에서도 현지인들을 문명화하고 기독교를 전파한다는 나름의 도덕적 명분이 있었다.

전쟁 개시 이유로 댈 만한 명백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도 그때와 지금은 꼭 닮았다.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던 스페인을 공격할 때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은 필리핀 근해의 미군 군함을 스페인이 침몰시켰다는 주장이었지만 증거는 없었다. 부시 행정부 역시 이라크가 명백한 위험이라는 증거를 아직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9세기에 미국은 국내의 경제 사회 문제들을 해외 팽창을 통해 해소하려 했다. 최근에는 부시 행정부가 경제 침체, 정보기관들의 무능력, 재정적자 등의 내부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국의 새로운 형태라는 얘기다.

한편 보수 성향의 시사주간지 위클리스탠더드 최신호(30일자)는 지금 ‘테러와의 전쟁’이 과거 소련 붕괴와 함께 미국의 승리로 끝난 냉전 과정과 오히려 흡사하다면서 “부시대통령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고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 역사상 전쟁을 수행한 대통령은 여럿이지만 실전에 앞서 전쟁을 인식하고 새로운 개념을 세워 국제정치의 틀로 확대시킨 지도자는 트루먼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뿐이라는 것이다.

1947년 트루먼 대통령은 그리스 터키 등을 공산주의로부터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며 4억달러의 원조 계획을 승인해 달라고 의회에 호소했다. 다음해 의회는 국가안보회의 창설로 이어지는 국가안보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 부시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의 목전에서 의회에 전쟁권한 승인을 호소하고 있고 이미 조국안보국 신설 법안은 통과됐다.

부시 대통령이 안팎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트루먼 전 대통령이 과다한 군비 경쟁으로 반대에 시달린 양상과 유사하다. 언제나 새로운 전쟁의 개념을 설득하고 전파하는 데는 어려움과 출혈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각에서 스탠더드는 “역사가 앞으로 부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다시 제국주의의 냄새가 퍼지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평과는 대조적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