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북한핵 새 증거 없다"

  • 입력 2002년 9월 18일 15시 05분


미국 국방부는 17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의 16일 발언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미 국방부 공보관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럼즈펠드 장관 발언의 진의와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이 실수나 실언은 아니지만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도 아니었다"며 "최근의 북한 핵활동에 관해 새로운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중앙정보국(CIA)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의 로버트 월폴 전략 핵 프로그램 담당관이 1월 상원 행정위원회에서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관해 증언한 바 있기 때문에 럼즈펠드 장관이 이에 관해 최초로 언급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월폴 담당관은 당시 의회에서 "정보기관은 90년대 중반 북한이 1개 혹은 2개의 핵무기를 생산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그 후 북한은 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영변의 플루토늄 생산활동을 동결했다"고 증언했었다. 이는 NIC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15년까지의 외국의 미사일 개발 및 탄도미사일위협' 보고서의 북한 핵무기 현황에 관한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이같은 판단은 CIA가 그동안 북한은 제네바 합의 전 핵무기 1,2개를 생산하는데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으로 추정해온 것과는 차이가 난다. 미 국방부도 지난해 1월 작성한 '확산: 위협과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94년 제네바 합의 전에 북한은 최소한 1개, 혹은 2개의 핵무기를 생산하는 데 충분한 플루토늄을 생산, 전용한 것으로 믿어진다"는 평가를 내렸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럼즈펠드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현재 핵활동이 아니라 과거 핵활동에 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초점은 북한이 제네바 합의 전 1,2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데 그쳤는지 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핵무기를 생산했는 지의 여부이다.

현단계에서 이는 추측과 논란을 불러 일으킬 뿐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 여부는 제네바 합의에 따라 대북 경수로의 핵심부품을 전달하는 단계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실시케 돼 있는 검증을 통해서만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IAEA의 검증에 몇 년이 걸리는 점을 들어 북한에 조속히 검증을 허용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이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 직전에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은 북한의 핵 의혹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단호한 해결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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