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달라이라마 ‘껴안기’…티베트대표단 9년만에 방문 허용

  • 입력 2002년 9월 13일 17시 52분


달라이라마
달라이라마
중국과 티베트간에 화해 무드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달라이라마가 이끄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고위급 대표단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9일부터 3주간의 일정으로 베이징을 공식 방문 중이다. 중국이 티베트 망명정부 인사와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93년 이후 9년 만에 처음. 티베트와의 공식 접촉은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중국 정부의 포석으로 중국 내 급부상하는 ‘달라이라마 포용론’을 반영하는 획기적 조치라고 미 워싱턴포스트지가 12일 평가했다.

▽무르익는 화해 분위기〓이번 방문단에는 달라이라마의 핵심 측근으로 티베트 망명정부의 실권자로 통하는 로디 갈센 가리 주미대표와 켈상 갈센 주유럽대표가 포함돼 있다. 대표단은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업무 담당 부처인 국가민족사무위원회 관리들과 만나 △티베트 완전자치 허용 △달라이라마 귀국 등을 놓고 회담을 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표단의 티베트 수도 라사 방문. 1959년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운 티베트 독립세력의 라사 입성을 철저히 막아왔던 중국 정부가 이번에 방문을 허용한 것은 달라이라마 귀국에 대한 반대 입장을 누그러뜨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밖에도 유명한 티베트 독립운동가 타나크 상포를 석방하고 달라이라마의 친형과도 비공식적으로 면담하는 등 올들어 대(對)티베트 유화 제스처를 보여 왔다.

▽중국, 무엇을 노리나〓중국 정부의 잇단 화해 조치는 다음달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그동안 티베트 분리독립을 지지해 온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티베트 문제는 오랫동안 미-중 관계에 장애물이 돼 왔다”면서 “이번 대화 재개는 긍정적 상황 진전”이라고 논평했다.

5월 후진타오(胡錦濤) 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하원의원들이 중국 정부에 의해 수감된 티베트 운동가 25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으나 후 부주석이 아예 손도 대지 않은 데 대해 미국 내 인권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었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달라이라마와 만나지 않았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달리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그를 30분간 접견하는 등 친(親)티베트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또한 최근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 힘을 얻고 있는 ‘달라이라마 포용론’은 그동안 그를 무시해 온 중국 정부에 입장을 바꾸도록 하는 압력이 되고 있다. 지식인들은 달라이라마가 없을 경우 티베트 독립운동은 더욱 분열되고 이로 인해 티베트와의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므로 차라리 달라이라마를 인정하고 대화하는 것이 중국에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티베트 고위급 접촉으로 자치권 범위 확대 등 일부 사안에서 진전이 기대되지만 그동안 티베트가 강력히 주장해 온 주변지역 영토권 인정문제는 진전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티베트는 윈난(雲南)성, 칭하이(靑海)성 등 주변 5개 지역에 대한 일부 영토권을 주장해 왔으나 중국은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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