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誌 "獨-佛 이라크공격 반대입장 흔들"

  • 입력 2002년 9월 6일 18시 35분


미국과 영국의 군용기들이 5일(현지시간) 이라크 서부 방공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함으로써 대(對)이라크 공격의 사전 정지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럽 각국의 지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미국은 6일부터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대상으로 지지확보를 위한 위한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유럽국가들은 ‘적극 지지’(영국), ‘조건부 지지’(프랑스), ‘적극 반대’(독일 러시아) 등으로 입장이 갈린 상태이지만 대미관계 악화를 우려해 결국 지지 쪽으로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고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이 최근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전쟁 때 미국의 최대 우방이었던 영국은 일관된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을 적극 설득까지 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WSSD)에서 독일 프랑스 정상들을 만나 대이라크 공격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6일 “영국은 미국을 지원하는 대가로 ‘피의 값’을 치를 각오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7일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대이라크전 연합전선구축 문제를 협의한다.

당초 미국의 일방적 공격계획을 비난해 온 프랑스도 선행조건만 해결되면 미국의 손을 들어줄 태세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제사회가 이라크 정권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든 이는 유엔안보리 결정 사항”이라며 유엔이 승인할 경우 미국을 지지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열어 뒀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라크 문제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삼가고 있다.

미국은 프랑스가 대이라크 투자 감소와 피해를 우려해 공격에 반대하고 있지만 투자 보호를 보장할 경우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6일 시라크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프랑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련의 조치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유엔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라크를 공격하면 안 된다’는 강경론을 펴고 있는 독일조차도 공격지지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근호(7일자)는 한 유럽연합(EU) 관리의 말을 인용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강경론은 22일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 공격에 회의적인 국내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반대 입장을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 맞서 고립을 자초하기에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블레어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이라크에 대한 무력공격이 중동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미국의 공격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면 총선에서 슈뢰더 총리와 맞붙는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민-기사연합 당수는 일찌감치 공격 지지를 선언한 상태. 그는 5일 슈뢰더 총리의 반대 발언에 대해 “미국과의 우정을 위태롭게 하는 오만”이라고 비난했다.

그외 유럽국 가운데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등 우파 지도자들이 공격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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