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도둑은 무슨 책 좋아할까…NYT 지역별 실태보고

  • 입력 2002년 9월 2일 18시 32분


고객들로 붐비는 서울의 한 대형서점.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동아일보 자료사진

고객들로 붐비는 서울의 한 대형서점.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동아일보 자료사진

책도둑들은 무슨 책을 좋아할까.

최근 뉴욕타임스는 ‘가장 많이 훔쳐가는 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책도둑들에게 인기있는 책이 서점이 들어선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고 소개했다. 책은 한 사회의 정신을 통찰할 수 있는 지표가 되며, 이와 마찬가지로 도난당하는 책을 통해서도 지역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맨해튼 시내에 있는 서점에서는 케라왁 브로우스키 버로우즈 긴즈버그 같은 비트 작가들(제2차 대전 후 반항적인 과격한 문학 운동을 일으켰음)의 작품이 많이 없어진다. 또 카프카와 아비 호프먼의 책도 도둑들에게 인기가 있다. 한 서점 관계자는 “비트 작가들의 작품은 계산대 뒤에 둔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비해 맨해튼의 북동부 지역에서는 값비싼 사진집, 화보, 신간 소설 등이 주로 도난당한다. 한 서점의 성인도서 구매 담당자는 “사진집 화보를 비롯해 인기있다는 소설은 모두 도둑들이 탐내는 품목이다. 책을 훔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잘 차려입고 기꺼이 돈을 지불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지식인 역시 책도둑이 될 수 있다. 맨해튼에 있는 스트랜드 서점의 주인인 프래드 배스는 “우리 책방에서 책도둑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책은 고등수학과 철학, 학술적인 신학 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적인 책도둑들은 쉽게 되팔 수 있는 화보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덴버에 있는 한 서점의 매니저는 “요즘 책도둑들에게 삽화가 많이 들어간 일본소설이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이 책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 세대들이 책을 살 만한 돈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신시내티에서 최근 가장 많이 없어지는 ‘나는 당신이 춤추기 바라요(I Hope You Dance)’ 역시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책이다.

책도둑이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서울 교보문고 관계자는 “1년 동안 없어지는 책은 약 7만∼8만권 정도이며 권당 평균 정가 1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이는 전체 매출액의 약 0.6%에 해당한다.

초등학생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책을 훔치다 들키곤 한다. 대학생들은 전공서적을, 중장년층은 취미서적이나 잡지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내 서점의 책도둑은 대부분 중고생들로 참고서나 문제집의 분실률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한 대형서점의 매장 직원은 “외환위기 직후에는 책도둑이 급격히 늘어 빈 가방을 가져와 책으로 채워가는 경우도 있었다. 책도둑과는 조금 다른 경우지만, 중고생들이 여럿이 함께 와서 문제집 1권을 다 풀고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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