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킨헤드族 난장판…모스크바 축제날 외국인 곳곳 습격

  • 입력 2002년 9월 2일 18시 26분


1일 모스크바시 건설 855주년을 맞아 열린 모스크바의 날 축제(8·31∼9·1)가 ‘스킨헤드족(族)’으로 불리는 러시아 신(新)나치 청년들의 난동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틀 동안 시내 곳곳에서 170여개의 행사가 열려 300여만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머리를 짧게 깎고 검은 옷을 입은 이들 청년들은 수십명씩 몰려다니며 닥치는대로 외국인과 비(非)러시아계 유색인들을 습격했다.

1일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인 머독 루카스(흑인)가 지하철 안에서 스킨헤드로부터 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미국 대사관은 98년에도 경비를 위해 본국에서 파견된 흑인 해병대 병사 2명이 거리에서 스킨헤드의 공격을 받았고 올해 4월에는 “미국 시민을 무차별 공격하겠다”는 내용의 협박 편지를 받는 등 러시아 극우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모스크바 동서부 우니베르시테트 지하철 역에서 스킨헤드들이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카프카스계 청년들을 습격, 16세 소년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현지 경찰은 1시간 반 뒤에야 출동, 현장에서 30여명을 체포했으나 주동자들은 모두 도망친 뒤였다.

“과격 극우세력을 단속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1일 관영 RTR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은 “러시아 치안당국이 이들을 비호하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6월 월드컵 대회 기간에도 러시아팀이 일본팀에 패하자 스킨헤드들이 거리 응원대와 함께 난동을 일으켜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숨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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