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때 미군 `자살 방어조' 대기

  • 입력 2002년 8월 30일 10시 31분


미군은 지난해 9.11 테러발생 직후 추가로 여객기 납치 공격이 계속됐을 경우에는 `자살 특명'을 받은 미군기들을 출격시켜 납치 여객기와 충돌케 하는 극단적인 방어작전 계획까지 짰던 것으로 29일 공개된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밝혀졌다.

31일 방송될 예정인 영국 BBC의 `클리어 더 스카이스(Clear The Skies)'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은 당시 테러 직후 몇 시간 동안의 급박했던 상황을 되짚어본 미군 사령관들의 증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증언에 따르면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와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 납치된 여객기가 잇따라 충돌하던 순간 미 전역의 영공을 방위할 수 있는 전투기는 14대에 불과했으며 특히 북동부 영공을 지킬 제트기는 고작 4대 뿐이었다.

북동지구 방위사령부에 있던 로버트 마르 대령은 "만약 납치된 여객기가 더 있다면 우리 제트기를 보내 충돌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단지 4대의 제트기 밖에 가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마르 대령은 "무기가 없는 상황에서 테러에 이용되고 있는 여객기를 멈추게 할 유일한 방법은 우리 전투기를 방어수단으로 쓰는 것 뿐이었다"며 "조종사들에게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라도 방어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그때는 불가피했다"고 회상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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