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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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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000명에 서울 송파구만한 이 섬나라에서는 22일 중요한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호주 정부가 휴대전화 통신망 구축 사업을 위해 전체 공사비용 2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하자 그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한 것이다. 찬성 356표, 반대 607표. 휴대전화는 거부됐다.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주는 편리함보다 자신들의 삶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편을 선택한 것이다. DPA통신은 “이들은 자연친화주의를 위해 자신들이 기꺼이 거부한 문명의 이기 목록에 휴대전화를 추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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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행정 수반인 제프 가드너는 “투표 결과는 주민들이 휴대전화 통신망 설치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앞으로 의회 결정 과정에서도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퍽아일랜드 주민의 절반 이상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던 1789년 영국 군함 ‘바운티호의 반란’ 이후 이곳에 정착한 수병들의 자손. 대대로 문명을 최대한 거부한 채 전원적인 생활을 즐겨 왔다.
이곳에는 문명사회에서 일상화된 교통 체증이나 패스트푸드점, 대규모 할인점이 없다. 매춘이나 도박 같은 자본주의의 그늘도 찾을 수 없다. 소득세도 받지 않는다. 텔레비전도 80년대 중반에야 들어오는 등 주민들은 현대 문명의 편리함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전체 주민의 90%는 관광업에 종사하고 10%는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는 ‘과거 여행’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여행객이 하루에만 100여명 이상 찾아온다. 지난해 총 관광객 수는 전체 주민의 20배인 4만명에 이르렀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