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벨로루시와 재통합 잰걸음

  • 입력 2002년 8월 15일 18시 03분


러시아가 일부 구 소련 국가들과 통합 또는 갈등이라는 엇갈린 길을 가고 있다. 벨로루시와의 재통합 움직임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그루지야, 우크라이나와는 심한 대립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벨로루시와의 재통합을 위한 국민투표와 단일 통화 도입을 제안해 양국 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통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후 내년 12월 총선과 2004년 대선을 함께 치러 단일국가를 만드는 방안’ 등 구체적인 통합안과 일정까지 제시했다. 그는 “2004년부터 러시아의 루블을 단일 통화로 사용하자”고도 제의했다.

그동안 “구 소련식 통합은 과거로의 회귀”라며 소극적이었던 푸틴 대통령이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섬으로써 구 소련 국가끼리의 극적인 재통합이 처음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15일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관계악화를 보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에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통해서만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가 양국 국경 부근의 판카시 계곡에서 활동 중인 체첸 반군을 보호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갈등은 양국간 여객기 운항 제한조치로까지 확대됐으며 러시아 군부는 “그루지야 국경을 넘어 체첸 반군 소탕 작전을 벌여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4000억달러(약 48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구 소련의 해외자산을 놓고 우크라이나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소련 해체 당시 러시아는 구 소련의 대외채무를 승계하는 대신 해외자산도 갖기로 다른 구 소련 국가들과 합의했으나 당시 유일하게 이에 동의하지 않았던 우크라이나는 해외자산의 16.75%를 나눠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분할 협상 중이다.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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