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살인마 의사'에 166명 희생…2년여전 종신형

  • 입력 2002년 7월 19일 19시 18분


15명의 여성 환자를 약물 과다 투여로 살해한 혐의로 2년반 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영국의 ‘살인마 의사’ 해럴드 시프먼(56·사진). 그의 연쇄살인 행각에 대한 1차 보고서 발간을 하루 앞둔 18일 영국 전역이 영화 ‘양들의 침묵’을 능가하는 이 희대의 살인극으로 다시 들끓고 있다. 영국 언론은 이보다 더한 납량물이 없다고 전했다.

AP와 AFP통신에 따르면 시프먼이 살해한 환자는 모두 215명에 달한다고 공식 조사위원회가 19일 발표했다. 조사위는 시프먼이 살해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45명을 포함하면 희생자가 최대 260명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희생자들은 건강이 크게 나쁘지 않은 중년과 노년의 여성 환자들이었으며 대부분 1974∼1998년에 피살됐다. 그러나 희생자 대부분이 부검 없이 화장됐고, 사망 원인도 제대로 기록돼 있지 않아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존경받는 의사였던 시프먼의 살인 동기도 거의 모두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범죄 심리학자인 리처드 배드콕 박사는 경찰 조사 당시 시프먼을 만나보고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어떤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 같다”는 모호한 분석을 했다.

반면 시프먼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존 폴라드 검시관은 “그는 인간의 생사를 자신이 주무를 수 있다는 데 쾌감을 느꼈음이 분명하다”는 의견을 폈다. 시프먼 본인은 모든 혐의를 부정한 채 함구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발표되면 시프먼은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마로 기록될 것이라고 BBC방송은 전했다.

그레이터 맨체스터주에서 하이드병원을 혼자 운영했던 시프먼의 살인행각은 98년 6월 그에게 진료를 받던 도중 숨진 노파 캐설린 그런디의 유산 일부가 시프먼에게 넘어가 있음을 우연히 발견한 그녀의 딸이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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