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300만명 '심리적 공황' "폐경기 호르몬 대체요법 부작용"

  • 입력 2002년 7월 15일 19시 08분



지난 수십년간 폐경기 여성 치료의 만병통치약으로 군림해온 호르몬 대체요법(HRT)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에스트로겐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뉴스위크 최신호(22일자)가 커버스토리에서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이번 연구 결과로 HRT 치료를 받고 있는 미국 여성 1300만명이 심리적 공황마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한해동안 미국 약사들은 4500만건의 프레마린(에스트로겐) 처방전과 2200만건의 프렘프로(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복합 호르몬제) 처방전을 발급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연구소는 최근 “복합 호르몬 요법이 유방암, 심장병, 뇌중풍 위험을 높인다”며 “호르몬제 복용 여성은 향후 사용 여부를 담당 의사와 상담하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제 HRT를 대신해 어떤 폐경기 치료법을 사용해야 할까. 잡지는 다양한 대안 치료법을 제시했다. 우선 호르몬 치료법에 대한 의존도를 서서히 낮춰가야 한다. 보스턴 브라이엄 여성병원 내넌다 콜 박사는 “복용량은 줄이고 복용 주기는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 폐경기 증상인 화끈거림과 식은땀 증상은 간단하게 완화시킬 수 있다. 매운 음식이나 카페인, 알코올 등은 자제하는 게 좋다. 두유 두부 등 콩으로 만든 음식과 비타민E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유산소운동도 도움이 된다.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가 좋다는 중간 연구결과도 있다. 혈압저하제는 증상을 완화시키지만 피로감과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허브도 치료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NIH는 이소플라본(여성호르몬의 일종)과 식물 에스트로겐이 들어있는 검은 코호시, 버터컵, 레드 클로버의 시험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흡연이나 과음 등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NIH의 여성질병전문가 조앤 맨슨은 “하루 30분 걷는 것이 호르몬제를 먹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운동은 특히 골다공증, 심장병, 유방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걷기나 뛰기,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칼슘이 풍부한 우유나 견과류, 시금치와 같은 녹황색채소는 골밀도를 높여준다.

폐경기증상이 심할 때는 비호르몬제제를 이용할 수 있다. 스태틴으로 알려진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심장병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 바이포스포네이트는 골밀도를 높여주고 라록시펜은 골절을 예방한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I think…임승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미국에서 나온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르몬 요법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향후 발표될 에스트로겐 단독 제제에 대한 실험 결과는 어떨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호르몬 치료법은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단기적으로 갱년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골다공증을 예방 및 치료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5년 이상 장기적으로 복합요법을 쓸 때다. 임상시험에서도 드러났듯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장기간 함께 사용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은 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겠다.

굳이 복합호르몬을 사용하겠다면 자연산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권하고 싶다. 장기간 사용할 때는 에스트로겐 용량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약 복용 주기를 늘릴 수도 있다. 에스트로겐 복용량을 절반 또는 4분의 3으로 줄이면 골다공증 예방 효과는 있고, 부작용은 단기적으로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호르몬 요법 외에도 다른 치료법들이 많다. 예컨대 자극적인 음식을 자제하고 콩이나 비타민E를 충분히 섭취하는 한편 실내 온도를 차게 유지하는 것은 화끈거림, 식은땀, 불안증 등 폐경기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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