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러시아 대사 만남 구설수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7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26일 데무라즈 라미슈빌리 주한 러시아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비외교적’ 표현을 사용해 상대를 당혹스럽게 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노 후보의 ‘말’이 다시 화제가 됐다.

일단 양측은 28일 “그날 대화는 너무 좋았다”며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일부 언론이 지적한 노 후보의 ‘비외교적’ 표현은 두 가지다. 라미슈빌리 대사가 “월드컵 한-독일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열심히 응원하다가 주한 독일대사로부터 ‘러시아는 유럽 국가인데 왜 한국을 응원하느냐’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말하자 노 후보가 “진짜, 이유가 뭡니까”라고 되물은 것과 노 후보가 “요즘 러시아는 자존심 상해 있고 기가 죽어 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장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

민주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언론 보도를 보고 라미슈빌리 대사와 직접 전화 통화를 했는 데 그는 ‘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그는 ‘노 후보와의 그날 만남이 즐거웠고, 나는 노 후보가 좋다’(I enjoyed the meeting. I like Mr.Roh)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대방은 외교적인 결례라고 느끼지 않는데, 왜 우리 언론만 그렇게 느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러시아 대사관 측도 어렵게 성사된 노 후보와의 회동이 뜻하지 않은 구설수를 낳자 이날 비공식적인 외교경로를 통해 민주당 측에 “오해 없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렇지만 당시 회동에 대한 당내의 평가는 엇갈렸다.

한 관계자는 “노 후보가 ‘러시아의 자존심’ 운운한 것은 어색하게 들렸다”고 말한 반면 다른 관계자는 “노 후보가 국제적 외교관행을 지키지 않는 북한을 비판한 것이나 한-러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등 회동의 핵심 내용은 하나도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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