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트호벤 ˝히딩크전화 기다리고 있다˝

  • 입력 2002년 6월 27일 11시 43분


"우리는 그를 기다린다."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 구단의 홍보 책임자이자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매우 가까운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페드로 살라자르 휴이트씨는 "히딩크 감독은 아인트호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26일 아인트호벤 시의 구단 전용 경기장에서 만난 휴이트씨는 "우리는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인이고 우리팀을 잘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최고의 감독이다"며 탐을 냈다.

히딩크 감독은 87∼90년 아인트호벤 팀 감독을 지냈으며 트레이너(83∼86)와 선수(70∼72)로 뛴 기간까지 합치면 꼬박 10년을 아인트호벤 팀에 몸담았다. 아인트호벤 경기장의 카페에는 그의 감독 시절 사진이 붙어있는 등 군데군데 히딩크 감독의 자취가 배어있었다.

-아인트호벤측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전화했는가.

"그가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으므로 기다리고 있다. (월드컵이) 끝나는 대로 그가 전화를 걸어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의 대답이 '예스'냐, '노'냐는 모른다. 지금은 세계의 모든 팀이 그를 탐낸다."

-친구라면서 개인적으로 부탁하지 않는가.

"친구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를 위해서도, 한국팀을 위해서도 지금은 그가 경기에 집중하도록 방해하지 않고 있다. 3, 4위전도 한국에는 중요한 게임이다."

-이젠 많은 돈을 줘야 할텐데….

"알다시피 요즘 선수들은 많은 돈을 받는다. 좋은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서도 충분한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얼마인지 모른다. 그가 '예스'라고 말하면 '그(돈) 문제'를 얘기할 것이다."

-그가 한국에 더 머물기를 바란다면.

"너무 좋은 결과를 얻었으므로 한국을 떠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친구로서 느끼는 것은 그가 계속 한국에 머물기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돈 때문이거나 축구 때문이 아니다. 개인적인 행복 때문일 것이다."

-아인트호벤 시민들도 그를 기다리는가.

"물론이다. 그는 4년 가까이 아인트호벤 팀 감독을 지내면서 두 번의 유러피안 컵 우승과 한번의 네덜란드 챔피언을 이룬 매우 성공적인 감독이었다.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아직도 그를 못 잊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서의 히딩크 감독의 성공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그는 축구를 어떻게 하는지를 아는 흔치 않은 감독이다. 선수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뛰어나고 동기 유발을 잘 한다. 그는 감독일 뿐 아니라 뛰어난 경영자다. 오늘날의 축구는 단순한 축구가 아니라 경영이다."

-친구로서 히딩크 감독은 어떤가.

"그는 스페인에서 감독 생활을 했고 나는 칠레 출신이므로 우리는 스페인어로 얘기한다. 정말 재미있는 친구다. 농담을 잘 하고 놀 줄 안다. 그는 삶을 즐길 줄 아는 진짜 네덜란드인이다. "

-그가 한국에 가기로 결정했을 때 얘기를 나누었나.

"(한국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기는 했지만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 그가 도전을 좋아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자신감에 넘쳤으며 '한국에서 내 방식대로 할 수 있다면 뭔가를 해낼 수 있다'고 말했었다."

-한국팀의 월드컵 경기를 본 느낌은.

"4년전 네덜란드에 5대 0으로 진 팀이 아니다. 지금의 한국팀은 모든 팀을 이길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더구나 젊은 팀이어서 앞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아인트호벤팀과 붙는다면.

"내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팀은 히딩크의 영향 때문인지 강한 압박을 무기로 삼는 네덜란드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 우리는 유럽 챔피언도 여러 차례 지냈고 경험 많은 선수도 많지만 한국팀과 붙어서 좋은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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