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건재, 추가테러 경고

  • 입력 2002년 6월 24일 10시 03분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23일 카타르의 위성방송을 통해 빈 라덴 등 핵심 지도부의 건재와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공격을 위협하고 나섰다. 그런 가운데 미 의원들도 추가테러 가능성을 인정, 사전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알카에다의 추가 테러 위협과 맞물려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잔당 수색작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추가 테러 위협= 쿠웨이트 출신으로 알카에다 대변인인 술레이만 아부 가이트는 이날 알 자지라를 통해 방송된 녹음 테이프에서 "빈 라덴은 물론 토라보라에서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던 알카에다 제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흐리, 그리고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가 모두 생존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알카에다 지도부의 98%가 다치지 않고 탈출했으며 미국의 아프간 공습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임무를 수행 중"이라면서 빈 라덴이 조만간 TV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부 가이트는 이어 "미국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한다"면서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우리가 선택한 곳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추가 테러를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수일 또는 수개월 안에 우리의 말이 단지 위협이 아니라 믿을만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미군이 아프간에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본 사실을 미 정부가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부 가이트 대변인은 9·11 테러사건과 케냐 및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발사건, 구축함 콜호 폭파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면서 지난 4월 독일인 여행객 14명을 포함, 모두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튀니지 유대교 회당 폭탄테러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말했다.

한편 아프간 전쟁 전황을 전해온 아랍어 웹사이트인 사하브는 빈 라덴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내달 4일 미국에 대한 증오가 담긴 비디오를 TV를 통해 방영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선데이 미러가 보도했다.

△녹음 테이프 진위 여부= 알 자지라가 방송한 아부 가이트의 육성 인터뷰는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웹사이트 2곳에 올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 자지라측은 이들 웹사이트 2곳중 한 곳에서 이를 다운받았다고 밝혔다. 이브라힘 히랄 편집장은 알 자지라가 보관중인 아부 가이트의 비디오테이프와 비교한 결과, 녹음 테이프에 담겨진 육성은 아부 가이트의 목소리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부 가이트는 이 테이프에서 "미국이 아프간 공격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다"고 말해 6월에 이를 녹화한 것임을 시사했다.

△미 의원들 추가 테러 대비 촉구= 백악관이 알카에다의 추가 테러공격 위협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미 상원 의원들은 빈 라덴의 생존과 추가 테러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밥 그레이엄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알 자지라가 아부 가이트의 육성 테이프를 방송한 뒤 가진 폭스TV와의 회견에서 "우리의 정보 판단은 그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며 은신처는 파키스탄 서부 지역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알카에다의 재결성 양상과 그들의 테러공격 재개 의지 및 능력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한두달 전보다 위험의 수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위원인 존 케리 의원은 NBC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종목표인 알카에다가 현재 분산된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데, 이는 토라보라에 갇혀있을 때보다 훨씬 더 위험스러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인 리처드 쉘비 의원도 ABC TV와 인터뷰를 갖고 알카에다가 세계 각지에 존재하고 있으며 재결성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언제든지 우리를 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임시정부 수반은 CNN과 가진 회견에서 구체적인 설명없이 빈 라덴이 한 가옥에 숨어있다면서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미국과 아프간, 파키스탄 3국간 합동작전을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동맹군 수색작전 재개= 미국 주도의 동맹군이 아프간 중부지역에서 탈레반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와 그 잔당들에 대해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아프간 이슬람통신(AIP)이 보도했다.

AIP는 이날 수백여명의 동맹군 병사들이 지난 3일 동안 아프간 고르주와 헬만드주, 우르즈간주를 연결하고 있는 산악 지역과 동굴을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맹군은 특히 탈레반 지도자인 오마르와 물라 오바이둘라가 은신해있다는 정보가 입수된 고르주의 마르코 지역을 집중 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해병대는 이날 파키스탄 국경과 인접한 아프간 동남부의 한 마을에서 지난 22일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와 탈레반이 비축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무기 저장고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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