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핵감축 24일 서명

  • 입력 2002년 5월 14일 00시 56분


미국과 러시아가 양국의 핵탄두를 대폭 감축하는 새로운 전략적 핵무기 감축협정에 실질적으로 합의해 냉전 이후 시대상황에 맞춘 새로운 군축의 장이 열리게 됐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4일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핵무기 감축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며 “러시아 측도 함께 서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따라 세계는 보다 평화롭게 되고 냉전도 우리의 뒤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새 협정은 냉전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고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의 관계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양측간의 합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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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내용〓부시 대통령은 이날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 언론은 현재 미국이 약 7000기, 러시아가 약 6000기를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를 1700∼2200기 수준으로 감축하게 될 것으로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무기를 10년간에 걸쳐 1700∼2200기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국은 이에 따라 핵무기 감축을 위한 실무 협상을 벌여왔으며 존 볼튼 미 국무부 차관과 게오르기 마메도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최근 며칠간 모스크바에서 협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막바지 실무 협상을 진행해왔다.

▽합의 과정 및 배경〓양국은 이 같은 실무협상을 통해 가장 큰 쟁점이었던 감축 핵탄두 처리에 관한 이견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핵무기에서 핵탄두를 분리하되 핵탄두 자체는 ‘비상시 대처’를 이유로 보관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온 반면 러시아는 근본적인 핵무기 감축을 위해 핵탄두를 영구 폐기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가 미국의 핵탄두 저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하는 쪽으로 실무협상이 정리됐다고 밝혔다. 대신 미국은 합의의 수준을 협정(treaty)으로 높이자는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70년대부터 핵무기 폐기 방안을 논의하고 91년 양국 보유전략핵무기를 지난해 12월까지 6000기로 감축한다는 1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I)에 합의했다. 이어 양국은 93년 1월 START II를 조인, 2004년 12월까지 보유 핵탄두를 3000∼3500기로 줄이기로 합의했으나 이 협정은 미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해 발효되지 못한 상태이다.

한편 미-러 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축 및 이를 위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탈퇴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을 빚고 있다. 미국은 또 러시아가 최근 북극권의 노바야제밀랴 섬에서 핵실험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이에 따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등 이번 핵무기 감축협정에도 불구하고 양국간의 군사전략적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a.com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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