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美기업 줄줄이 파산…경영전략 부재등 몰락 불러

  • 입력 2002년 5월 13일 17시 51분


‘시스코, 루슨트, 월드컴, 휴렛팩커드, AOL타임워너….’

1년 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던 기업들이 속속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파산했거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최근호(27일자)는 경기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파산이 늘고 있다며 경영위기를 초래하는 10대 요인과 3대 해결책을 제시했다. 올 1·4분기 파산한 미 상장기업은 67개.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지난해 사상 최대 기록이었던 257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파산까지는 아니지만 심각한 경영난에처한 기업도 늘고 있다. 올해 미 100대 기업 중 26개가 3분의 2 이상의 시장가치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파산과 경영난의 원인은 경영전략 부재와 감독체계 부실로 압축된다.

▽경영전략 부재〓무모한 인수합병(M&A)이 대표적인 케이스. 97년 이후 75개 기업을 사들인 월드컴은 인수 기업들 간에 경쟁이 발생하고 업무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 등 ‘부정적 시너지 효과’에 허덕이다 최근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고 주가가 최고치 대비 98% 폭락하는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장기전략 부재도 기업의 몰락을 불러온다. 1월 파산한 대형 유통업체 K마트는 90년대 이후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동종기업 인수, 정보기술(IT) 투자, 가격인하 등으로 핵심전략이 바뀌는 혼란을 경험했다.

폴라로이드와 인텔의 경우는 기업의 시장예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인텔은 80년대 중반 일본업체들의 진출로 인해 반도체 메모리 부문에서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 아래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으로 재빨리 전환해 큰 성공을 거둔 반면 폴라로이드는 디지털 이미지 사업 투자가 늦은 결과 지난해 10월 파산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크로싱은 위기관리 능력 부족,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과도한 주가관리, 시스코는 성공신화에 도취돼 파산했거나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실패한 기업의 10대 원인
엔론K마트월드컴루슨트
무모한 인수경쟁
과도한 주가관리
시장예측력 부족
경영진의 독단
장기전략 부재
위기관리능력 부족
무기력한 이사회
신경제형 기업 재편
성공신화 도취
부패한 기업문화

▽부실한 감독체계〓경영진의 독단과 무기력한 이사회 및 부패한 기업문화가 3대 요인으로 꼽힌다.

97년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무모하게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것은 독단 경영의 단적인 사례. 또한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준 엔론의 무기력한 이사회, 애널리스트들의 투자 오도를 조장한 월가 증권사들의 부패한 기업문화 등도 기업 파산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3대 안전장치〓포천지는 기업 파산과 경영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안전 장치로 이사회의 전면 개혁을 제시했다. 또한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경영과 재무 상태에 대한 정기적인 여론 조사를 실시하고 고위 경영진과의 정기적인 질의 응답(Q&A) 회합을 갖는 등 종업원의 이사화(化)를 제언했다.이와 함께 기업 파산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인 유동성 부족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 상세하고 읽기 쉽게 작성된 현금 흐름 보고서를 이사회와 종업원들에게 배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포천지는 지적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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