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직자 성추행은 통탄할 죄악˝비난

  • 입력 2002년 3월 22일 02시 54분


“성직자들이 가장 통탄할 형태의 죄악에 굴복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1일 오랜 침묵을 깨고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온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추행사건을 준엄하게 비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교황은 이날 세계의 신도들에게 보낸 연례메시지에서 “심각한 추문이 정직과 희생으로 성직을 수행하고 있는 모든 성직자에게 짙은 의혹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며 “우리는 계율의 은총을 저버린 일부 형제들이 저지른 죄로 깊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가톨릭교회는 피해자들에 대해 걱정하고 있음을 밝히며 이 같은 고통스러운 상황에 진실과 정의로써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죄를 저지른 성직자들의 행위에 대해 ‘아동 성학대(pedophilia)’라는 표현 대신 ‘악의 미스터리’라는 라틴어 표현을 인용했다.

교황은 세계 각국에서 성직자들의 성추행사건이 계속 불거지는 동안 침묵을 지켜와 교계 안팎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메시지에 대해서도 교계 일부에서는 “교황의 간접적인 언급으로 더욱 실망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달 동안 10여건의 성직자 성추행사건이 잇따르면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주교가 사임했고 보스턴의 버나드 로 추기경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피해자 가족들의 소송도 잇따라 미 가톨릭계는 모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배상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했다. 아일랜드 가톨릭교회도 1월 성직자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아동 피해자들에게 1억1000만달러(약 1430억원)를 지불키로 합의했으며 영국 프랑스 호주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밝혀진 바 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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