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칼럼 "테러전쟁이 美헌법체계 뒤흔든다"

  • 입력 2002년 3월 10일 18시 42분


계속되는 대 테러전쟁이 “미국의 헌법체계를 흔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앤서니 루이스가 9일 주장했다. 루이스는 ‘자유를 빼앗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대 테러전쟁이 “집중되고 무책임한 정치권력의 등장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장 우려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칼럼의 요약.

건국의 아버지들은 세가지 방법으로 권력집중을 막으려 했다. 3권 분립을 통해 서로를 견제할 수 있게 했고, 정부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수정헌법의 첫 10개 조항을 통해 언론 자유와 적법 절차 등 (권력을 견제할) 구체적 장치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헌법의 방어벽들이 지금 위협받고 있다.

전쟁은 불가피하게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시킨다. 무엇보다 위험스러운 것은 통치자가 전시(戰時)의 인기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다. 지난주 대 테러전쟁에 대한 민주당의 문제 제기에 대해 트렌트 로트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전쟁중인 대통령을 어찌 감히 힐난할 수 있느냐”며 비판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이는 항상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는 ‘책임 있는 정부’라는 헌법적 전제가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얼마나 유지되기 힘든지를 보여준다.

비밀주의는 헌법에 대한 두번째 위협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역대 정권 중 가장 은밀한 정부다. 이 정부는 언론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의회와 공중이 책임 있는 정부를 만드는 헌법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에 대한 침해문제도 심각히 제기되고 있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군사법정 설치 계획이 나왔고, 1000명 이상의 외국인이 비밀리에 억류되고 있다. 진주만 공습 당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탄압 사례에서 보듯 전시에 시민자유권은 종종 침해된다. 그러나 그 같은 사건은 항상 후회와 사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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