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압박외교에 ‘속수무책’

  • 입력 2002년 3월 3일 18시 15분


미국 군사고문단이 대(對)테러 노력의 일환으로 발표된 합의에 따라 1500여명의 그루지야 군인들에 대한 훈련을 맡게 될 것이라고 그루지야 국방부가 2일 밝혔다. 군사고문단은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앙아시아 지역에 기지를 확보한 데 이어 그루지야에도 파병을 공식화했는 데도 러시아는 ‘어정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군의 그루지야 파병이 알려진 후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일부 의회 지도자들이 이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군의 그루지야 파병은 러시아에 비극적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국내여론을 진정시키는데 앞장섰다. 푸틴 대통령은 “그루지야가 사전에 통보하지 않아 러시아는 미군 파병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해 독립국가연합(CIS)에 대한 러시아의 장악력이 크게 떨어졌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푸틴 대통령의 태도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당시 동유럽과 일부 구 소련 국가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추진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던 것과 크게 대조된다.

때문에 일부 러시아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미군의 구 소련권 진주를 묵인하는 대가로 경제와 인권분야 등에서 미국의 양보를 약속받았다”는 ‘밀약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러시아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핵무기 감축 등에서 미국의 양보와 지원이 절실한 형편이다. 그러나 공산당 등 야당과 의회는 푸틴 정부의 계속되는 대미 유화 외교에 반발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을 포함한 구 소련 5개국이 1일부터 NATO와 함께 러시아 인근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시작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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