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환경소송’ 봇물

  • 입력 2002년 2월 27일 18시 04분


미국의 기업들이 환경 및 보건과 관련한 대량 소송에 휘말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소송 만능주의’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나친 소송 사태는 기업 운명을 좌우할 정도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석면증 소송 봇물〓건실한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페더럴 모굴사는 지난해 10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98년 인수한 자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석면증(石綿症) 관련 소송 합의금이 4억달러(약 5600억원)나 돼 감당할 수 없었던 것. 이처럼 기업당 수억∼수십억달러의 석면 소송이 봇물을 이뤄 미 기업들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경제주간 포천 최신호(3월 4일자)가 보도했다.

업종별 석면증 관련 소송 증가율
업종2년전 대비 소송 증가율
자동차 1634%
섬유721%
펄프 및 제지296%
식료품284%

포천에 따르면 석면증 소송에 져서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파산한 미 기업은 2000년 이후 16개나 된다.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3M 등 모두 1000여개 기업이 석면증 소송에 휘말려 있으며 전국적으로 20만건의 소송이 재판에 계류중이다. 이 같은 소송 봇물사태는 계속 늘어나 최종적으로 130만∼310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미 업계가 치를 비용은 모두 2000억달러(약 260조원)에 이를 전망.

문제는 소송 대부분이 거액의 배상금을 노린 ‘엉터리 환자’들과 소송을 부추기는 변호사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어 진짜 환자들은 오히려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 실제로 미 의학계는 94년 이후 석면가루를 흡입해 폐암 등을 유발하는 석면증을 ‘사라지고 있는 질병’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70, 80년대 초기 환자들의 참혹한 상황에 낯익은 배심원들의 동정적 평결이 소송 봇물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포천은 지적했다.

▽기형아 출산도 기업 책임〓IBM은 2년 전 자사 직원인 로건 매튜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부인이 기형아를 출산하자 매튜스는 자신이 일하던 버몬트주 IBM반도체 생산공장의 화학물질에 원인이 있다며 회사에 책임을 물은 것. 이런 소송은 기업이 앞으로 직원 자녀의 건강한 출산까지 책임져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USA투데이지가 26일 보도했다.

IBM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회사가 직원으로부터 비슷한 고소를 당했다. 미국 여성의 절반 이상이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이 중 4분의 3가량은 출산 능력이 있어 비슷한 소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의료 제약 전자 반도체 핵발전소 등 생식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모두 잠재적 소송 대상인 셈.

그러나 최근 미국의 한 법정은 산모의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는 환경에서 여성들이 근무하지 않도록 한 기업에 대해 성차별이라고 판결해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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