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전략적 협조’ 복원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08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중미 양국이 한때 소원했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전략적인 협조관계를 복원했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4월 남중국해상에서 중국 전투기와 미군 정찰기가 충돌, 수년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바 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상대적인 미국 경기침체로 '중국 위협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이처럼 껄끄러웠던 관계에서 벗어나 치우퉁춘이(求同存異:이견은 덮어두고 합치되는 부분만 추구하자는 뜻) 하는 전략적 협력관계에 접어드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베이징(北京)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같은 양국관계의 증진과 강화에는 9.11 테러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9.11 테러를 계기로 국제 테러를 공동의 적 으로 한 협력관계 구축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궈광(吳國光) 홍콩 중문대 교수는 "테러대책과 경제, 과학, 무역, 금융, 에이즈 방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대화를 진행키로 합의한 점을 들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은 서로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간 보다 완전한 협력관계 회복에는 아직 걸림돌들이 많다.

21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공격여부에 대해서 대답하지 않았지만 장쩌민(江澤民)주석은 대 테러전의 확대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시행정부가 추진중인 미사일방어(MD)계획에 대해서도 양측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MD에 대만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역시 부시 대통령이 공개적 언급을 자제했지만 중국의 인권과 종교 문제는 여전히 양국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미국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이 점을 분명히 공개 거론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방중의 전체적 평가는 긍정적이다. 박건일(朴健一)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은 "한때 한반도에서 피어오르던 전운(戰雲)을 가시게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기자 ljhzi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