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절세 천국 버뮤다로…”

미국 기업들의 ‘버뮤다행(行)’이 심상찮다.

미국의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들도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영국령 버뮤다제도로 서류상의 법인등록을 옮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코네티컷주에서 조업중인 159년 역사의 공구메이커 스탠리 워크스는 최근 버뮤다에 법인을 설립해 세금을 3000만달러(약 390억원)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햄프셔에 본부가 있는 타이코 인터내셔널도 법인등록을 옮겨 지난해 4억달러(약 520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산업용품업체 인거솔 랜드는 서류상 법인등록을 버뮤다로 옮기면서 버뮤다 당국에 각종 비용으로 2만7653달러를 낸 대신 미국 국세청에 낼 법인세 4000만달러를 절약했다.

통신회사인 글로벌 크로싱, 산업용품 메이커인 포스터 휠러, 산업장비 메이커 쿠퍼 인더스트리 등도 절세를 위해 버뮤다에 법인을 세웠거나 이를 준비중이다.

회계법인인 언스트 앤드 영의 조세부문 파트너인 케이든 바튼은 “미국 기업들이 그동안 비애국적으로 보일까봐 버뮤다 법인 설립을 꺼렸지만 요즘은 기업이익이 애국심에 우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원금융위원회 소속의 찰스 그래슬리 의원(공화·아이오와주)은 “금융위원회가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