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진 외교협회 명예회장 “부시 강경책 예고된 것”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24분


“‘악의 축’이란 직설적 표현은 공화당 체질로 볼 때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 야단스럽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외교의 시작은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대표적인 미국 공화당통으로 꼽히는 박동진(朴東鎭·80)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은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북강경책은 대선 유세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으나 우리 정부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연장선상으로 잘못 대응해온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국회 외무위원장, 한미친선회장, 통일원장관 등을 역임했고 주미 대사(88년 5월∼91년 3월)로 재직할 때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켜봤다.

-공화당 스타일이란 어떤 것인가.

“부시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보여줬듯이 솔직하고 명쾌하다. 대북 입장도 분명하니까 강경한 것이다. 또 현실적이다. 주미 대사로 일할 때 용산기지 이전 문제가 현안이었는데 공화당 인사들로부터 ‘작은 이익과 큰 이익을 구분하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악의 축’ 발언 이후 정부 대응은….

“공화당 스타일을 알면 좀 더 의연하게 받아넘기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했어야 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한미동맹 강조’ 발언은 실기했다. 여론은 국민이 만드는 것이지만, 외교에 여론이 필요할 때는 정부가 먼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은….

“미국 공화당 정부는 동북아 외교정책에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매우 중시한다. 따라서 한미간에 협조할 수 있는 기초는 튼튼하다. 다만 남북관계를 너무 서둘러 미국의 입장을 외면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교는 조용할수록 좋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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