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정상회담 이모저모]부시 요청에 선술집서 만찬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17분


18일 미일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대조적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여유 있는 태도로 ‘총론적’으로 대응한 데 비해 고이즈미 총리는 강경한 어조로 ‘각론적’으로 답변했다. 지지 하락세의 고이즈미 총리가 그만큼 해야 할 얘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시간도 짧았던 데다 예상된 질문과 답변으로 일관,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18일 정상회담에 앞서 도쿄(東京) 요요기(代代木)의 메이지신궁(明治神宮)을 참배했다. 신궁을 방문하면 신도(神道) 형식에 따라 두번 절하고 두번 박수친 뒤 한번 절을 하는 소위 ‘2례 2박 1례’를 해야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과거 다른 나라의 정상들이 참배할 때처럼 한번 절을 했다.

이어 야부사메(流鏑馬)라는 전통무예를 감상했다. 부시 대통령은 사수(射手) 8명이 말을 달리며 쏜 화살이 표적에 맞을 때마다 “훌륭해”를 연발했다. 그는 자신을 말을 탄 사수로 그린 그림을 고이즈미 총리로부터 선물받고는 “우리는 악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날 공식만찬 대신 일본의 전통 술집에서 식사를 했다. 일본은 온천으로 유명한 하코네(箱根)로 부시 부부를 초청할 것을 검토했으나 부시 부부가 “일본 서민이 먹는 음식맛을 즐기고 싶다”고 요청한 데다 경호 문제도 있어 결국 선술집으로 결정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10년 전인 92년 1월 아버지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방일과도 대조를 이뤘다. 부시 전 대통령은 국빈 만찬 도중 복통을 일으키며 쓰러져 국가 체면을 구겼으나 아들 부시 대통령은 자신만만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일본 국민에게 심어줬다.

경제 상황도 그의 자신감을 뒷받침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10년 만에 경제 상황이 역전됐다”면서 “당시 미국은 심각한 경제 침체, 일본은 거품경제 말기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으나 지금은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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