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수화에 ‘진보요람’ 버클리 수난

  • 입력 2002년 2월 18일 17시 56분


60년대 진보적 사회운동의 중심지이자 기득권에 대한 뿌리깊은 저항의식의 메카로 알려져 온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클리시와 버클리대학이 요즘 미국의 강경 보수 분위기에 밀려 수난을 맞고 있다.

타임 최신호(25일자)는 2주 전 버클리 시의회가 채택한 반전 결의문과 대학 반전운동에 대한 항의 표시로 버클리에 대한 보이콧 및 협박 e메일 등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50년대 매카시즘으로 얼어붙었던 미국이 60년대 들어 흑인 및 성(性)의 권리운동과 반전운동의 선두에 선 버클리에 보냈던 지지와 관심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

버클리시 결의문에는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반대한다는 직접적 표현 대신 폭력의 악순환이 중단돼야 한다는 포괄적인 문구가 채택됐는데도 이에 대한 다른 지역 미국인들의 반감이 대단하다고 타임은 전했다.

“단 1원도 버클리시나 대학을 위해서는 쓰지 않겠다”는 내용의 항의 메일이 폭주하는가 하면 버클리시와 연관된 각종 경제협력 및 행사 등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버클리대 인근 래디슨호텔에서 저녁 모임을 개최할 예정이던 이 지역 학군단(ROTC)은 일방적으로 모임을 취소하겠다고 호텔 측에 통보했다. 클리시 인근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주민 일부는 ‘버클리시 보이콧’ 모임까지 결성했다. 반전 결의문을 준비 중이던 캘리포니아 샌타크루즈시는 당초 계획을 보류했다. 버클리대의 로고가 들어간 각종 기념품이나 옷, 생필품의 판매도 급감했다.

반전운동에 대한 대학 내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다. 대 테러전쟁을 지지하는 버클리 학생모임인 ‘버클리USA’는 성조기 1500여장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반전운동에 동조하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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