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고이즈미 ‘닮은꼴 친구’

  • 입력 2002년 2월 18일 17시 5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친구’라고 불렀다. 지난해 6월30일 이후 4차례나 만나 ‘깊은’ 우정을 쌓았다는 부연 설명까지 곁들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우린 어떤 것도 얘기할 수 있는 사이”라고 화답했고, 부시 대통령은 “그의 말은 어떤 것도 믿을 수 있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은 ‘우정’이 싹틀 만한 공통점들이 있다. 50대인 두 사람(부시 56세, 고이즈미 59세)은 우선 스타일이 비슷하다. 다른 사람의 눈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성격. 부시 대통령은 한 달간, 고이즈미 총리는 16일간 여름 휴가를 보내 각각 자국에서 휴가 최장기록을 세웠다.

부시 대통령의 할아버지는 상원의원, 아버지는 대통령, 고이즈미 총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모두 장관을 지낸 명문 정치인 집안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

고이즈미 총리의 친미성향도 작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30일 첫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패전 직후 미국은 관대하게 식량을 제공해줬으며 일본을 구(舊)일본군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인기 상승세의 고이즈미 총리가 인기 하락세의 부시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찾아갔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지지율이 치솟은 부시 대통령이 경기침체 등으로 인기가 급락하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를 찾아왔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를 ‘위대한 개혁가’라며 치켜세웠다.

반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사이는 사뭇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 3월8일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을 ‘이 사람(this man)’으로 호칭한 부시 대통령은 15일 기자회견에서 “그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연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친구’가 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지 19일 한미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을 지켜볼 일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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