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새노선 ‘八字訣’ 하달

  • 입력 2002년 2월 13일 17시 38분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9·11테러 이후 급변하는 세계 정치경제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공산당과 정부의 새로운 노선을 담은 핵심 시정방침을 최근 특별 하달했다고 홍콩의 일간 명보가 10일 전했다.

격변하는 국제정세의 파고에 맞서 국내 각 방면의 안정 발전을 도모해 나가는 기본 원칙을 4개 단어(여덟 글자)에 담아 중국 설날(춘제·春節)에 즈음해 제시한 이 특별 지시는 연두교서와 같은 연례적 신년 메시지와는 다른 이례적 지시여서 주목된다.

‘8자방침(八字訣)’이라는 이름으로 하달된 이 특별 교시에서 장 주석은 9·11테러 사건을 계기로 테러 영향이 2002년에 뚜렷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중국은 97년 말의 아시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국제경제환경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 그 대비책으로 ‘안정(安定) 안전(安全) 신축성(靈活) 다원화(多元)’라는 8자방침을 하달했다.

이 같은 기본 노선은 9·11테러 이후 특별 소집된 당 지도부 회의에서 기본 골격이 갖춰진 것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8자방침’ 중 ‘안정’은 정치 경제 사회적 안정 이룩, ‘안전’은 정치 경제 국방의 보안 유지, 신축성은 기회를 잘 포착해 유리할 때 전진하고 불리하면 정지한다는 전략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다원화’는 수출시장과 외환구조 수입채널 다원화 등을 의미하는 것.

장 주석이 올해 경제지표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대강의 원칙만 밝힌 것은 9·11테러 여파에 따른 중국의 신중한 태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논평했다.

장 주석의 이 같은 8자방침을 골격으로 당 지도부는 이미 내수확대, 농민수입 증대, 경제구조 조정, 경제체제개혁 심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개방확대, 취업 확대 등 6개의 구체적인 경제 조치를 시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北京)의 외교 관측통들은 장 주석이 하달한 ‘8자방침’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안정으로, 올 가을 중국 공산당 제16차 전당대회에서의 지도부 교체 등 권력의 순조로운 이양을 겨냥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일부의 반발에 사전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했다.

올 당대회에서는 장 주석과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격) 상임위원장, 주룽지(朱鎔基) 국무원 총리 등 지금의 제3세대 지도부가 퇴진하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을 중심으로 한 제4세대 지도부가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각에서는 일부 인사들이 퇴진을 거부하는 등 권력이양이 결코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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