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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1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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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분쟁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파키스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기세’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인-파 분쟁의 중재자로 나서면서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대해 중국은 강력한 견제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미 MSNBC방송이 16일 2건의 국방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태평양 미군사령부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미국이 최근 아프가니스탄 주변 9개국에 ‘군사 도시’를 건설하고 6만명의 병력을 장기 주둔시키는 등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미국이 인-파 분쟁 중재를 위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까지 현지에 파견하자 중국도 자신의 ‘뒷마당’으로 생각해왔던 이 지역에서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 발빠른 외교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는 16일 파월 장관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회동하는 것과 때를 맞춰 인도를 방문해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62년 국경분쟁을 겪은 양국은 인도가 티베트 반체제 인사 달라이 라마의 망명을 허용하고 중국이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까지 지원하면서 사이가 크게 벌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총리의 회동은 양국관계의 호전에 중대한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인도에 대한 구애 작전을 펴는 한편 파키스탄 달래기에도 나섰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16일 베이징에서 무하마드 아지즈 칸 파키스탄 합참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인-파 분쟁 해결을 위한 파키스탄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지난해 중앙아시아 6개국과 함께 발족시킨 상하이 협력기구(SCO)에 서남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파키스탄을 가입시키기 위해 회원국들을 설득하고 있다.
MSNBC의 군사분석가인 월리엄 아킨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군용기 충돌사건 등으로 나빠졌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대(對) 테러전쟁을 계기로 호전되는가 싶더니 다시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역적 이익을 차지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인-파 분쟁을 해결이 아닌 더 큰 갈등 관계로 몰고 갈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