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 체결]亞 경제결합 빨라진다

  • 입력 2002년 1월 14일 18시 26분


동남아 5개국을 순방 중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3일 싱가포르에서 고촉동(吳作棟)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갖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일-싱가포르간 경제제휴협정에 정식 조인했다. 이어 고이즈미 총리는 14일 동아시아 외교 기본방침 정책연설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자유무역을 비롯한 포괄적 경제제휴 구상을 정식 제안했다. 아시아 국가간의 FTA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를 계기로 한국 중국 일본을 축으로 추진 중인 아시아자유무역지대 구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또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한일간 FTA 협상이나 일-아세안간 경제제휴협정의 모델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관세 확대-人的교류 활성화▼

일본은 싱가포르 상품 3800개 품목의 관세를 추가로 철폐, 무관세 상품비율을 현재의 84%에서 94% 정도로 높이기로 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관세품목이었던 일본산 맥주와 약용술 등의 관세를 철폐, 완전 무관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공산품 교역 이외에도 △상대국 투자기업에 대한 내국민 대우 △양국간 특허출원절차 간소화 △상품 안전검사 상호인증 △‘상용목적 기능 상호인증’ 등 서비스 통신 금융 투자 및 인적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인력양성을 위해 게이오대 규슈대 등과 싱가포르국립대 등이 상호 학점을 인정하는 한편 양국 증권거래소 제휴도 강화할 방침이다.

양국은 이번 협정으로 무역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 등의 대(對)싱가포르 투자가 40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제휴 협정은 국내 후속절차 등이 마무리되는 4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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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 韓-ASEAN 협정 징검다리▼

이번 협정은 1999년 12월 논의를 시작해 불과 2년 만에 정식 조인에 이르렀다. 1998년 시작된 한일간 FTA가 목표시한을 2010년경으로 잡고 있는 데 비하면 급류를 탔다. 이는 일본이 한국이나 다른 아세안 국가와의 FTA 추진에 앞서 비교적 마찰의 소지가 적고 협상이 쉬운 싱가포르를 일종의 ‘실험 대상’으로 골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교역규모(연간 220억달러)가 작고 원래부터 대부분의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은 상태. 또 싱가포르는 농수산물 수출이 미미해 일본 국내 농어민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일본이 굳이 이번 협정에서 농수산물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한국이나 다른 아세안 국가와의 FTA 추진에서도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등은 공산품보다는 농수산물 부문에서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일간에는 이해득실에 대한 견해차가 커 정부 차원보다는 경제단체 등 민간 차원에서 FTA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일-싱가포르 경제제휴협정 주요 내용
관세농수산물 일부품목을 제외하고 상호 관세철폐
원산지 규칙제3국의 우회무역 방지를 위해 원산지규칙 적용
서비스서비스산업 진출 자유화
상호인증전기제품 등에 대한 상대국 품질안전검사 인정
투자상대국 기업에 대해 내국민 대우. 분쟁중재재판소 설치
인적교류직업자격 상호인정. 상용목적의 입국관리규제 완화
지적재산권상대국 기업의 국내특허출원 절차 간소화
정보통신기술전자상거래 촉진을 위한 전자인증사업자 승인절차 간소화
인재양성대학간 학점교환 및 학비면제 교류협정 체결

▼中보다 앞서 주도권잡기 포석▼

일본은 그동안 지역경제 협정 체결보다는 세계무역기구(WTO) 신(新)라운드를 통한 다자간 협상에 중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최근 유럽연합(EU)의 단일화폐 출범에 이어 미국을 포함한 북남미 34개국이 2005년까지 미주자유무역권(FTAA)을 추진하는 등 세계경제의 블록화가 더욱 강화되면서 아시아 경제통합에 눈을 돌리게 됐다.

세계 곳곳에서 이미 체결된 양자간 또는 다자간 FTA는 120여건에 이른다.

게다가 중국이 WTO 가입을 계기로 지난해 말 ASEAN과 2010년까지 FTA를 추진하기로 합의하자 일본도 부랴부랴 ASEAN을 끌어들여 동아시아 지역경제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

일본이 ASEAN 국가 중 싱가포르와의 FTA를 체결함으로써 일단 아시아 자유경제권 구상에서 한발 앞서 나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일-아세안간 경제제휴 구상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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