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옐친은 거짓말쟁이 황제같은 특권누려”

  • 입력 2001년 12월 26일 18시 00분


“집무실에 앉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격한 감정이 소용돌이 쳤습니다. 옐친만 아니었어도….”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70·사진)은 영국의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꼭 10년 전인 91년 12월25일 집무실 문을 잠그고 사임연설을 구상하던 순간의 심정을 이렇게 회고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옐친의 반역적 행동만 아니었어도 구소련이 지금처럼 갈가리 찢겨 무시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후계자로 키워온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증오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옐친은 술수에 능한 거짓말쟁이다. 권력에 목말랐던 그는 겉으론 특권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제정시대 차르보다도 더 심한 특권을 누렸다.” 고르바초프는 집무실을 비우는데 5일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옐친 일행이 몇 시간 뒤 집무실로 들이닥쳐 자신 앞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보드카를 마셨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날 저녁 핵가방을 옐친에게 넘겼고 다음날 크렘린에서 구소련 깃발이 사라졌다.

고르비 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고르바초프는 각국을 돌며 강연하거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정 자문에 응하는 등 비교적 여유있게 지내고 있다. 그런 탓인지 그는 푸틴 대통령을 “대중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후하게 평가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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