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산책]‘시간 알리는 鐘’ 77년만에 부활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7시 51분


베이징(北京)시가 북과 종을 쳐 시간을 알리는 옛 멋을 올 제야부터 되살리기로 했다. 중국 문화의 향취를 듬뿍 담은 과거 베이징성(城) 시절의 풍치로 관광객을 유인하겠다는 발상이다.

베이징은 원(元)제국 이래 중국의 수도였다. 명(明) 청(淸)제국을 거치면서 황제가 거처하는 황도로서 번성한 베이징은 그러나 20세기 들어 쇠락의 길을 걸었다. 자금성 북쪽의 고루(鼓樓)와 종루(鐘樓)에는 지금도 여전히 북과 종이 매달려 있으나 시간을 알리던 베이징성의 북소리와 종소리는 1924년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가 자금성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둥청(東城)구에 있는 고루에는 청나라 인종 자칭(嘉慶·1796∼1820)황제 때 만든 25면(面) 북이 비치돼 있으며, 종루에는 명나라 성조 융러(永樂·1403∼1424)황제 때 만든 종이 매달려 있다.

북과 종을 통한 시간 알리기는 역대 왕조에 따라 달랐지만 베이징시가 이번에 복원키로 한 것은 청조 때의 방식. 청조 때는 밤이 시작되는 오후 7시를 정경(定更)이라 해서 북을 울리고 날이 새는 새벽 5시를 양경(亮更)이라 해서 종을 쳤다. 매번 빠르게 18번 느리게 18번을 3번씩 반복해 108회를 쳤다고 한다.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 예술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문화의 흡인력과 호소력을 키우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힘입어 베이징은 자금성 뒤를 가로지르는 핑안(平安)대로를 옛 향취 가득한 전통거리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문화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베이징의 종소리는 치열한 국제 문화 콘텐츠 전쟁에 뛰어든 중국을 상징한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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